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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김만권의 멘털 노트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5일(月)
‘이번엔 기필코’ 과욕이 禍 불러… 욕심도 실력에 맞게 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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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렉시 톰프슨이 지난해 열린 LPGA ANA인스피레이션 연장전에서 유소연에게 패한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 제공
욕심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

프로도 마음 비우기 쉽지 않아
무의식에서 솟구치면 속수무책

때로는 긴장·설렘 주는 자극제
과도하지 않게 스스로 조절해야

女 골퍼 톰프슨 ‘오소 플레이’
충격에 빠져 연장전에서 패배
평소에 충분한 연습·노력 필요


골프를 정말 잘하고 싶은 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욕심이다. 구력이 꽤 된다 싶은 주말 골퍼 중 ‘그놈의 욕심 때문에’라는 말을 되뇌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 이긴 경기였는데’ ‘이번엔 우승할 수 있었는데’ ‘오늘 새롭게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경신할 수 있었는데’ ‘욕심 때문에…’라며 후회하고 자책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욕심내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해보지만 번번이 욕심을 잠재우는 데 실패한다.

스코어에 욕심이 있는 주말 골퍼들은 레슨 프로나 선배, 상급자로부터 ‘마음을 비워라’ ‘욕심을 버려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받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8년째 풀시드를 받아 꾸준히 활동 중인 최경주는 ‘빈잔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음을 비워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뜻이다. 마음을 비울 때 결과가 좋다는 걸 실력이 있는 골퍼라면 여러 번 체험했을 터. 그래서 마음을 비우려고, 욕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말처럼 마음을 비우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골프가 어렵다. 멀리 보내고 싶은 마음, 버디를 하고 싶은 마음, 파5 홀에서 투온 하고 싶은 마음, 이기고 싶은 마음 등 욕심은 끝이 없다.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려고 해도 어느새 ‘동반자보다 더 멀리 보내야지’ ‘오늘은 싱글을’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버디를…’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프로가 되기 전부터 엄청난 훈련을 소화했고 심지어 심리상담을 받았던 프로선수들에게도 욕심을 버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의식의 수준이 아닌 무의식의 수준에서 욕심을 낼 때는 속수무책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렉시 톰프슨(미국)은 2017년 LPGA 투어 첫 번째 메이저인 ANA인스피레이션 3라운드 17번 홀에서 오소 플레이로 4벌타를 받았다. 4라운드 13번 홀까지 톰프슨은 2위에 4타 앞선 선두였기에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으나 끝내 4벌타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고, 연장전에서 패해 우승을 놓쳤다.

당시 17번 홀에서 톰프슨은 공을 마크한 뒤 다시 볼을 놓았다. 그때 다른 위치에 공을 놓는다는 것을 의식했을까. 아닐 것이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짧은 거리였으니. 하지만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로서 이기고 싶고, 홀에 공을 집어넣고 싶은 무의식이 자신도 모르게 볼을 홀 가까이에 놓게 한 것이다. 이처럼 욕심은 의식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무의식 세계에도 존재한다.

무의식이 인간의 사고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 심리학자는 지크문트 프로이트다. 그는 무의식이 인간의 정신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전혀 인식되지 않지만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말을 더듬거나 실수하는 것, 긴장하고 초조해하는 것, 꿈을 꾸는 것, 두통·소화불량과 같은 신체적인 증상, 강박 행동, 심지어 환청·환각 등도 무의식의 발로라고 봤다.

욕심이 무의식 세계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듯 ‘욕심을 버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잘하기 위해, 이기기 위해, 우승하기 위해 반드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려야만 할까.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잘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필자는 시험 불안을 지닌 학생에게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고 한 적이 없다. 성적에 대한 욕심은 당연하고 시험 불안도 당연하다. 골프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잘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면 욕심을 내야 한다. 욕심이 반드시 골프 스코어에, 성공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욕심이 없다면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욕심은 긴장과 설렘을 준다. 때로는 긴장을, 때로는 자극을 준다. 그래서 욕심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욕심 그 자체가 아니다. 바로 과욕이다. 자신의 상태나 상황에 맞지 않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고 가지려는 무리한 욕심. 중요한 것은 욕심을 버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다.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욕심이 필요하다. 실력도 능력도 형편없는 사람이 우승하려고 성공하려고 기를 쓰는 것은 어리석은 과욕일 뿐이다. 우선 충분히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차근차근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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