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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5일(月)
국회 ‘밥그릇 배분권’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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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적폐(積弊)는 적폐를 낳는다.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 과정은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잘못이 현재를 넘어 미래에도 화근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한다. 선거구 획정도 못 한 채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어처구니없는 사태의 뿌리가 지난날 국회의 ‘밥그릇 지키기’ 담합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던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2월 28일 오후 9시쯤. 선거법 개정안이 헌정특위 소위를 통과했는데도 전체회의가 지연됐다.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를 잠시 멈추고 선거법 개정안이 부의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뭔가 탈이 난 게 분명했다. 법안은 결국 자정을 넘겨서야 헌정특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미 본회의 산회를 선포한 뒤였다.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던 여야 원내대표들마저 당혹스럽게 만든 헌정특위 파행 사태의 원인은 결국 ‘밥그릇 싸움’에 있었다. 광역의원 정수를 얼마나 늘릴지, 늘어나는 의석을 어느 광역의회의 어느 선거구에 배정할지를 놓고 특위 위원들이 뒤늦게 공방을 벌인 것이다. 사실 이 논쟁은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끝냈어야 했다. 국회가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지난해 12월 13일)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출마 예정자들은 자신의 선거구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채로 선거를 준비해 왔다. 전형적인 국회의 ‘갑질’이다.

이보다 더 한심스러운 것은 광역의원 정수 싸움이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구 획정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당시 지역구를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쪽으로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는데, 이때 늘어난 지역구에 광역의원을 배정하는 데서 싸움이 격화됐다고 한다. 헌정특위 관계자는 “지역별 인구변동 때문에 선거 때마다 지방의회 정수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든 국회의원 지역구에 광역의원을 2명 이상 배치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는 광역의원 27석, 기초의원 29석을 늘리는 데 의기투합했다. 2년 전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논란 당시 지역구를 늘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했던 것의 연장이다. 2016년 19대 국회의 ‘밥그릇 지키기’ 담합이 2018년 20대 국회에서 또 다른 담합으로 이어진 셈이다. 말 그대로 적폐의 대물림이다.

이런 대물림 구조를 끊으려면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가 ‘밥그릇 배분권’을 내려놓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많은 전문가는 지적해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미 2016년 6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을 현재의 ‘중앙선관위원장 1인 + 여·야 추천 각 4인’ 체제에서 ‘중앙선관위원장 위촉 6인 + 원내교섭단체 추천 각 1인’ 체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다. 2월 28일 선거법 개정 무산 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는 한목소리로 “참담하다” “송구스럽다”고 했다. 국회는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greentea@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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