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한국 관객과 만날 기회, 마다할 이유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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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올해 음악가’ 선정
영국 출신 테너 보스트리지
오늘 예술의 전당서 첫 무대

학자의 길을 걷다 직업 성악가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으로 ‘노래하는 인문학자’라는 별칭을 얻은 영국 출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4·사진)가 올해 세 차례 내한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향이 올 시즌 신설한 ‘올해의 음악가’ 제도의 첫 주인공으로 선정됐기 때문.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의 첫 무대를 시작으로 총 7번의 무대를 가질 예정이며, 프로그램 중 브리튼의 ‘테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3월 10~11일) 등은 한국 초연이다.

그간 뉴욕 카네기홀, 영국 위그모어홀 등 세계 유수 공연장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해온 그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서울시향의 전 상임작곡가인) 작곡가 진은숙과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포럼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올해의 음악가’ 제안을 받았다”고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지적이고 젊고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과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며 “다른 나라에서 온 문화가 정치적, 이상적, 예술적인 면에서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학구적인 접근과 독창적인 해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보스트리지는 실제로도 1990년 옥스퍼드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중 성악가의 길을 가게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 리트(예술가곡) 전문가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전폭적인 지원과 권유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1993년 29세에 위그모어홀에서 데뷔한 이후 1996년 첫 음반인 슈베르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워너 클래식스에서 발매한 ‘셰익스피어의 노래’로 그래미상 ‘베스트 클래식 솔로 보컬 앨범’을 수상했다. 그는 “학자에서 음악가로의 전환은 매우 느리고 긴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도 분명했다”고도 말했다. 책 저술 등 학자로서의 활동도 이어가고 있는 그의 저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2016년 한국어 번역본으로도 출간됐다.

그는 서울시향과의 첫 무대인 6일 ‘실내악 시리즈 Ⅰ’에서 “특히 슈베르트가 베토벤의 그림자 안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잘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일부와 베토벤의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호른이 가세하는 슈베르트의 ‘강 위에서’를 선보인다. 2부에서는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말러의 가곡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영국 작곡가 본 윌리엄스의 ‘웬로크의 벼랑’을 노래한다. 그는 “한국에서 서울시향과 함께하면서 음악가들과의 우정, 관계를 만들고 발전시켜 음악적 성취를 해 나가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