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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6일(火)
‘대통령 권력 축소’ 빠진 與개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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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 前 연세대 교수·정치학

대통령 4년 重任 선호 높지만
제왕적 대통령 폐해 倍加 우려
선거 공정성과 정책 시비 증폭

권력기관 중립·독립성이 관건
인사권 재조정 통해 보장하고
특정 政派用 개헌 의심 피해야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개헌(改憲) 논의는 1987년 민주주의 시대가 본격화한 후에도 끊임없이 등장한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가 부동의 관례로 정착되는 등 민주화에 큰 진전이 있었음에도 직선제에 따라 당선된 5년 단임제 대통령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외 없이 경직된 여야 간 적대적 대결 관계의 함정에 빠져 국정 교착 상태에 직면한다. 아울러 측근과 인척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지지도가 추락하며 식물 대통령으로 변신한다. 이 근본 원인이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제왕적 권력 구조에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아울러 단임제는 대통령의 책임 의식을 희석시켜 국정 운영의 비정상을 야기한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런 배경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제기된 개헌의 핵심적 주제는 단임제와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 방안 등 권력 구조 개편에 관한 것이 된다. 이 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4년 중임제’ 개헌안 지지를 천명했고, 이는 집권 여당의 개헌안이 된다. 개헌은 먼저 국회에서 3분의 2 지지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사항이기에 이 안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이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선호하고 동시에 국민 사이에도 상당한 지지를 확보한 것이기에 이 안의 허실(虛失)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이 돼야 한다.

단임제의 단점은 한정된 임기 때문에 장기 비전에 따른 국정 운영이 어렵고, 집권에 대한 평가 기회의 부재로 책임정치의 원리가 훼손되는 점으로 요약된다. 이중 장기 비전에 따른 국정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지적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임제하에서도 후보자나 대통령이 중임을 전제로 하는 공약을 내걸거나 정책에 착수하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기 때문이다. 책임정치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원론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문화 또는 권력정치의 속성에 비춰 중임제에 잠재한 다양한 부작용을 고려하면 책임정치 원리의 구현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중임제 아래서는 집권 초부터 ‘재선’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 개혁 과제가 상당한 사회적 지분을 확보한 집단들의 양보 위에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비춰 매우 위중(危重)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집권 내내 정책의 동기와 배경에 대한 시비로 국정의 안정적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출마할 경우 선거의 공정성 역시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함께 4년간 호흡을 맞춘 국가 관료제, 그 외 국가권력의 자장(磁場) 속에 있던 사회집단들이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중임제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배가시킬 우려가 있다. 재임의 길이 열려 있는 경우 살아 있는 권력으로부터 더 많은 시혜(施惠)를 의식해 국가 통치 구도의 상층부 인물과 집단들의 ‘해바라기성 행태’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임 대통령은 단임 대통령보다 더 큰 존재감으로 권력 구조를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중임제를 고집할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은 대통령의 권력을 효과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조치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의아스럽고 우려되는 것은, 정부 개헌안 마련을 위해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선보인 22개 개헌안 쟁점 어디에도 대통령 권력 축소와 직접 관련된 항목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권한의 핵심은 인사권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인사권을 통한 국정원,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 확보는 대통령 권력의 핵심 기반이다. 따라서 여측 개헌안에 대통령 인사권의 재조정 등과 같이 이 기관들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 항목만은 포함돼야 한다.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내각제 지지자였던 문 대통령이 이번에 대통령 중임제 지지자로 입장을 바꿨으나 아직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은 제시된 바 없다. 중임제 개헌안이 대통령 권력 축소 방안과 함께 가지 않을 경우 이는 현재 여권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정치 지형에 힘입어, 특정인 또는 특정 정파의 장기집권을 쉽게 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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