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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6일(火)
금감원의 심각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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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지난해 9월 감사원이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감사 결과를 발표했던 날. 홀로 휴게실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던 금감원 A 국장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 서먹했던 기자를 붙잡고 “자료까지 보여주며 해명한 것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하소연을 이어갔다. A 국장은 금감원 채용비리 의혹 사건이 진행된 2015년 인사 실무자였다. 목소리와 표정, 평소 그가 보여준 진솔함, 그리고 대한민국 사정기관의 해바라기 속성을 함께 버무려보니 감사 결과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머리 한 곳에 남겨둬야 했다.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 기자 연차가 쌓일수록 소중하게 느껴지는 덕목이다. 과도한 정의감에 불타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잘못된 판단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서도 안 될 일이다. 검찰이나 감사원은 물론, 금감원도 그래야 한다. 감사원의 발표 한 방에 A 국장이 조용히 금감원에서 사라진 것처럼 금감원의 칼날은 금융권 누군가의 명예와 생계를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최근 금감원은 수개월에 걸쳐 은행들을 흔들고 있다. 맨 처음 경영진의 ‘셀프 연임’을 문제 삼더니, 지배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채용비리를 적발하겠다면서 연초부터 한 달 동안 은행권에 진을 쳤다. 뜻대로 안 되는지 아예 금감원 직원을 민간 금융사에 상주시키겠다고 한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판을 짜놓고 (은행권 검사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금 금감원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이렇다. 금융사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것은 금감원의 당연한 의무다. 주먹구구식 경영, 극심한 계파 갈등, 금융소비자 우롱하는 예대 마진 등 대형 은행들 스스로 고쳐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점엔 동의한다. 그러나 요즘 금감원의 질주는 도를 넘어섰다. 우선, 금감원이 금융권을 흔드는 사례가 이전 정부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많이 늘어났다. 은행권에 물어보니 최 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금감원이 시중은행에 대해 벌인 검사·점검 등의 사례는 8차례에 달한다. 채용비리는 물론, 삼성 차명계좌, 가산금리, 가계신용대출, 리스크 관리실태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이러자 지배구조 논란과 상관없는 금융권에서도 “제발 일 좀 하게 해달라”는 말이 나온다. 감사원이 금감원을 이렇게 다룬다고 치자. 금감원이 숨이라도 쉴 수 있을까. 금감원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금융노조에 휘둘리는 모습도 오해를 사기에 딱 좋다. 참여연대와 금융노조가 특정 은행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면 금감원이 기다렸다는 듯 개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노조는 개별 은행과 이해가 얽혀 있는 당사자다. 은행과 노조의 내부갈등에서 시작된 문제에 금감원이 나서서 한쪽을 편드는 것은 최후의 선택이 돼야 한다.

금감원이 적폐의 원흉인 것처럼 몰아세워서 쫓아낸 경영진이 결국 재판에선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오히려 시대가 바뀌자 쇠고랑을 차는 금감원 인사들도 있었다. 전직 금융 당국 고위 인사는 “청와대나 금감원의 높은 자리에 앉아 금융권을 바라보면 ‘이 회사도 내 것, 저 회사도 내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혹시 금감원이 이런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닐까.

mykim@
e-mail 김만용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만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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