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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태균의 푸드 X파일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7일(水)
명태 ‘한국인의 肝 해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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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것은 한 마리에 50만 원, 죽은 것은 5만 원, 죽었어도 60㎝가 넘는 것은 10만 원. 몇 년 전 국산 명태에 걸린 현상금이다.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란 포스터와 함께 국산 명태 수배 전단은 강원도의 항구마다 뿌려졌다. 1970년대만 해도 어획량이 연간 10만t 이상이던 명태가 2008년 동해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현재 음식점에서 조리되는 명태의 90%는 러시아산이다. 나머지도 거의 외국산이다.

4년 전부터 정부는 명태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주로 명태 인공 수정과 방류 작업을 통해서다. 이미 명태의 완전 양식에 성공해 지난해 30만 마리, 올해 100만 마리를 바다에 풀 예정이다.

우리 선조는 명태를 ‘복덩이’로 쳤다. 제사상에서 빠뜨리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복을 많이 내려 달라며 대문 문설주 위에도 매달아 놓았다. 요즘은 새 차를 뽑은 사람이 사고 나지 말라고 트렁크에 넣어둔다. 이를 두고 임영석 시인은 ‘명태’란 시에서 “입을 쩍 벌린 명태 한 마리 묶어 자동차 트렁크에 몇 년을 달아놓고 다녔다. 트렁크를 열 때마다 놈은 눈을 더 부릅뜨고…”라고 묘사했다.

명태는 대구과(科) 생선으로, 영문명은 ‘Alaska pollack’이다. 알래스카산 대구란 뜻이다. 외형이 마른 대구 같다. 명태(明太)란 이름의 유래에 대해 조선 후기 학자 조재삼은 ‘송남잡지’에서 “명천 사람 태모(太某)가 북해에서 낚시로 잡았는데 크고 살지고 맛이 좋아서 명태라 이름 붙였다”고 썼다. 명천의 명과 태씨의 태를 따서 명태가 됐다는 것이다. 함경도에선 명태 간으로 기름을 짜서 등불을 밝혔는데 어둠을 밝게 해주는 물고기란 뜻에서 명태라 불렀다는 풍설도 있다.

별명이 명태만큼 많은 생선은 찾기 힘들다. 20개도 넘는다. 자산 가치 하락으로 재산이 점점 줄어들 때 쓰는 표현인 ‘북어 껍질 오그라들듯’에서의 북어는 명태의 다른 이름이다. 동해의 북변에서 잡히기 때문에 북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겨울에 잡으면 동태가 된다. 원양어선이 잡으면 원양태, 근해에서 잡힌 것은 지방태다. 갓 잡은 것은 생태, 얼리면 동태(凍太), 말리면 북어나 건태, 꾸들꾸들하게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서 노랗게 말리면 황태다. 잘 말린 황태 살은 결이 부드럽고 스펀지처럼 보슬보슬해 더덕 같다고 해서 ‘더덕북어’라 한다.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강원도에서 잡힌 것은 강태다. 명태 새끼는 노가리다. ‘노가리를 푼다’ ‘노가리를 깐다’는 것은 수다스럽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한꺼번에 수많은 알을 낳는 명태처럼 말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노가리는 과거에 맥줏집에서 쭉쭉 찢어 씹어 먹는 안줏감으로 인기가 높았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은 술안주로 팔기 위해 노가리를 남획한 탓이란 주장도 나왔다.

노가리와 명태는 모두 서민의 술안주였다.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가곡의 가사가 된 양영문 시인의 시 ‘명태’의 한 대목이다.

음주 뒤 명태나 명탯국이 좋은 것은 다른 생선보다 지방이 적어 맛이 개운한 데다 혹사당한 간을 해독해주는 메티오닌·시스테인 등 함황(含黃) 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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