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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7일(水)
“백성을 정책 동반자로”… 爲民·愛民보다 與民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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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爲民), 애민(愛民), 여민(與民).

세종을 이야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낱말이다. 세 낱말은 어떤 차이가 있으며, 세종은 어떤 것을 더 중시했을까? ‘세종실록’의 용례를 살펴보면 ‘위민’은 “의창(義倉·군현 단위에 설치한 구호기관) 설치한 것은 백성을 위한 것”이라는 말처럼 어떤 제도나 관직을 설치한 취지를 가리킨다. ‘애민’은 왕이나 수령 등이 병든 노인이나 노비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신중한 형벌이나 구휼 잘하기 등 구체적인 행동을 수반하는 공직자의 요건(職)이다. 이에 비해 ‘여민’은 나랏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성을 동반자로 끌어들이는 것을 말할 때 사용되곤 했다.

주목할 것은 세종과 그 시대 사람들이 위민이나 애민의 동기로 시작한 일이 오히려 백성을 소외시키기나 해칠 위험이 있다고 인식한 사실이다. “의창 설치는 백성을 위한 것(設義倉 以爲民也)”이었으나, 강제로 빌려준 곡식을 거둬들이면 가난한 백성을 해롭게 할 것이라는 세종의 말이 그 예다. 세종 재위 후반부의 사창(社倉)제도 논란은 ‘좋은 의도가 어떻게 나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사창제도는 춘궁기에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이자와 함께 받아들이는 (의창이 설치된 군현보다 작은) 향촌 단위에 설치한 빈민 구호제도이다. 1436년(세종 18년)에 충청 감사 정인지가 이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지만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정됐다. “본래 백성을 위한 것이었지만(本欲爲民) 이자를 거두는 과정에서 관리들의 횡포가 날로 늘어 민폐가 심각하다”는 신숙주의 지적이 그것이다.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민(爲民)이 해민(害民)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세종시대 사람들이 생각한 해법은 ‘여민(與民)의 과정’이다. 사간원의 관리 김중곤은 이와 관련해 성을 쌓을 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민심을 헤아려 가며 진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백성들도 물론 성을 쌓아야만 자신들이 안전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방 수령들이 자기 업적을 위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면, ‘백성을 위해서(爲民)’ 시작했던 일이 ‘백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중곤은 매년 한 도에서 한 개의 성만 쌓고 그 지방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관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사람들의 농사짓는 시간을 빼앗지 않고 그들과 더불어 나랏일을 진행한다면 백성은 아무리 수고로운 일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축성사업에 참여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민생과 국방이 함께 튼튼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여민의 힘’을 가장 신뢰한 것은 국왕 세종이었다. 재위 12년(1430년)에 경상도 관찰사가 개간한 밭을 면세해주려 해도 새로 일군 땅을 구분해 내기 쉽지 않다면서, 그냥 일괄해서 기존의 경작지와 같은 세금을 매기자는 보고를 올렸다. 이 보고를 받은 세종은 “어찌 구분해 낼 수 없다는 말인가? 일이 의심스럽다면, 백성과 더불어 하면 될 것(如其可疑 與民可矣)”이라고 하여, 개간지 면세 원칙을 고수했다.

관찰사와 수령들이 백성을 찾아가 만나서 몇 사람에게만 물어보면 새로 개간한 땅인지, 원래 경작하던 땅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인데, 관청에만 앉아 있으니, 구분해 낼 수 없다는 게 아니냐는 세종의 호통이었다.

새봄이다. 새로 일을 시작하려는 국가나 기업의 리더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의욕에 불타 홀로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려는 마음이다. 그보다는 세종이 했던 것처럼, 구성원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과 더불어 비전을 세우고 공감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일하는 재미도 따르고 성과도 좋아지지 않을까.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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