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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7일(水)
청소년 스스로 공간 창조… 새로운 공공성의 ‘인큐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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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자센터의 카페 ‘그냥’. 청소년들의 방과 후 휴게공간으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지역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영등포 ‘하자센터’

서울시 99년 설립 ‘기회의 場’
‘대안적 진로 교육’ 기획·개발

공연단 등 사회적 기업도 키워
2016년부터 ‘오디세이학교 운영’

카페‘그냥’ 청소년이 운영진
지역 커뮤니티 활동공간 함께

각종 공방 필요따라 만들어져
선생님은 판깔아주는 ‘판돌이’
격의 없애려 닉네임으로 호칭


얼마 전 SNS에서 10대 연구소의 연구원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봤다. 처음에는 10가지 중요한 과제를 설정해 이를 연구할 연구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인 줄 알았다. 어떤 과제를 연구하는지 살피다 연구원 지원자격이 만 15세에서 19세 사이로 돼 있는 것을 보고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 같아 다시 읽으니 10대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나름의 방법으로 연구하는, 제목 그대로 ‘10대들의 연구소’였다. 포스터 안의 ‘청소년 주도 인문사회등등과학연구소’라는 조금은 엉뚱한 부제가 이 연구소의 성격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10대들이 스스로 연구과제를 정해 1년 동안 연구한다는 재미난 프로그램을 준비한 곳은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다.

1999년 12월에 문을 연 하자센터는 ‘하자’라는 이름처럼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하자센터의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적 진로교육프로그램을 기획, 개발, 운영하고 있다. 설립 초기에 웹, 영상, 음악, 디자인, 시민작업장 스튜디오로 시작한 진로교육은 ‘작업장 학교’로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공연예술단인 ‘노리단’과 외식업체인 ‘오가니제이션 요리’ 같은 사회적기업을 키워내기도 했다. 하자센터에서 육성된 사회적기업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청소년 진로교육에 참여해 교육의 다양성과 확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자센터는 청소년 직업체험센터로 시작됐지만 17년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공간으로 발전했다. 하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학부모, 인근 주민들이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대와 영역의 구별 없이 교류와 협업이 가능한 ‘하자허브’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하자허브의 중심 공간인 카페에는 어른 아이 구별 없이 늘 사람들로 분주하다.

영등포구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하자센터는 본관과 신관으로 구성돼 있다. 신관에 위치한 청소년 카페 ‘그냥’은 청소년들이 운영진으로 참여하는 곳이다. 청소년 운영진은 카페에서 판매할 다과를 결정하고 직접 만들어 내놓기도 한다. 판다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료와 다과는 자율계산으로 알아서 내면 그만이다. ‘그냥’은 청소년들의 방과 후 휴게공간이지만,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지역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그냥’과 나란히 있는 ‘허브카페’는 공동체 커뮤니티 활동공간이다. 하자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공간이다. 허브카페의 한쪽 벽은 ‘작당’이라 부르는 다양한 커뮤니티 모임을 소개하는 팸플릿으로 가득 차 있다. 카페와 이어지는 2층의 작은 갤러리에는 청소년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에 자리잡은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의 자전거 공방. 자전거 전문가가 청소년을 만나 기술을 전수하는 공간이다. 김선규 기자 ufokim@

본관에서는 주로 하자센터에서 마련한 진로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밖 청소년과 학생들에게 모두 열려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고교자유학년제 교육과정인 ‘오디세이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 고교자유학년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고1학생들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1년 동안 학교 대신 위탁교육기관에서 적성과 소질을 탐색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마치면 일반고 2학년으로 복교하게 된다. 기존에 운영하던 대안진로학교는 은평구에 있는 혁신파크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모습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다 보니 학습과정에 필요한 목공방, 자전거공방, 적정기술공방 등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실제로 공방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창작물이 하자센터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많은 프로그램의 공통적인 특징은 청소년을 어른들이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사회의 주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자센터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기회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하자센터의 선생님은 배움과 소통을 위한 판을 깔아준다는 의미에서 ‘판돌이’라고 불린다. 격의를 없애기 위해 닉네임으로 이름과 직위를 대신한다. 하자센터를 찾는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구의 엄마, 아빠보다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찾아간다. 이는 하자센터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스스로 돕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서로를 살리며,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어간다는 자공공(自共公)의 실천인 것이다.

청소년들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물고기 잡는 방법보다 물고기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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