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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7일(水)
D-2 평창패럴림픽과 ‘존중’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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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 서울대 교수·스포츠경영학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자문위원

지금까지 가장 감명 깊게 본 동영상은 호이트 부자(父子)의 실화에 관한 것이다. 선천성 뇌성마비와 전신마비를 안고 태어난 아들이 기계를 통해 표현한 첫마디는 “달리고 싶다”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휠체어를 밀고 달리기를 시작했고, 아들은 “아버지, 달리면서 난생처음으로 내 몸의 장애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보스턴마라톤에서 완주하고 아들의 꿈인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해 함께 완주한다. 수영을 해 본 적 없는 아버지는 아들을 태운 고무보트를 허리에 묶고 3.9㎞를 헤엄치고, 아들을 태운 자전거로 180㎞를 달리고, 휠체어를 밀며 42.195㎞를 뛰었다. 이 부자가 마라톤 64회, 철인 3종 경기 24회, 단축 철인 3종 경기 206회를 완주했고, 달리기와 자전거로 미국 대륙 6000㎞를 횡단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달리며 그 어떤 정상인보다도 충만한 삶의 희열과 행복을 느꼈다.

이틀 뒤면 장애인의 지구촌 스포츠 제전인 패럴림픽이 평창에서 열린다. 49개국 1500여 명의 선수, 임원이 참석해 6개 동계스포츠 종목 240개의 메달을 놓고 10일간의 열전을 벌인다. 한국은 장애인올림픽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나라다. 패럴림픽은 1960년 로마에서 첫 대회가 열렸지만, 올림픽과 연계하며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88서울올림픽부터였다. 패럴림픽의 기틀을 잡은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다시 역대 최대 규모의 패럴림픽이 개최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끝났다. 평창패럴림픽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무엇을 남겨야 할까? 평창올림픽이 국가와 국가 간 평화를 지향했다면, 평창패럴림픽은 인간이 장애인을 포함한 타인에 대해 마땅히 가져야 할 존중(respect)이라는 가치를 확산해야 한다.

필자가 외국에 가면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두 가지가 기준이 있다. 하나는 건축물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다. 건축물은 문화와 문명의 결정체이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제도는 그 사회의 인간 존중 수준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WB)이 공동으로 작성한 세계 장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7명 가운데 1명이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정상인과 장애인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누구나 불의(不意)의 사고를 당할 수 있으며, 나이가 들면 신체적·정신적으로 크고 작은 장애가 생긴다. 장애는 우리 모두의 어젠다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장애인 체험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평창패럴림픽을 통해 두 가지를 남겨야 한다. 우선, 장애인이 동등하게 인간적으로 존중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관점에서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모든 물리적·사회적 환경에 장애인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철학과 인식부터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다음으로는, 더 나아가 보다 많은 장애인이 스포츠에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스포츠 이벤트는 인간이 자기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을 보면서 즐기고 감동하고 경의를 표하는 장(場)이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국내외에서 참가한 많은 선수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며 멋진 휴먼드라마를 쏟아낼 것이다. 참여하는 모든 선수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수준 높은 축제를 즐겨보자. 평창패럴림픽은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 여부를 스스로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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