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6.18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방송·연예
[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7일(水)
‘유 투’(you too)를 강요하지 말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왜 유명 여자 연예인은 등장하지 않을까요?”

요즘 제게 연락하는 이들에게서 적잖이 받는 질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또 누구 없어?”라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해자에 대해 묻고, 또 다른 이들은 “XX도 곧 나온다던데”라며 자신이 들은 ‘카더라’ 통신을 설파합니다. 그리고 몇몇 친구는 왜 피해자 중 유명 여자 연예인은 없냐고 묻곤 하죠.

전 이렇게 맞받아칩니다. “너 같은 애들 때문에 고백도 못 하는 거야, XX야!” 그리곤 덧붙이죠. “물론 가해자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해당 여자 연예인은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요. 피해자가 가십의 대상이 되며 또 다른 피해를 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죠.

하지만 분명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질문입니다. 미투 운동은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후 전 세계로 번졌죠. 내털리 포트먼, 스칼릿 조핸슨, 레이디 가가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한 후 지지를 받으며 주변의 시선 때문에 주저하던 여성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유명 여자 연예인이 용기 있는 고백을 한다면 지금까지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또 다른 사건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죠.

그러나 대화를 나눈 한 여성 영화인 A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외국과 국내 대중의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죠. A는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을 예로 들었습니다. 조 감독은 오디션을 치르러 온 여배우들에게 “지금 잘나가는 여배우들은 다 감독과 잤다” “XX는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작품을 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죠. A는 “만약 유명 여배우가 피해 사실을 고백하면 ‘조 감독의 얘기가 아예 틀리지는 않는다’는 식의 댓글이 달릴 것”이라며 “여전히 좋은 배역을 받기 위해 기꺼이 ‘검은 손길’을 감수하는 여자 연예인이 있다는 위험한 시선이 존재하는 한, 미투 운동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은 대중의 안줏거리가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곱씹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미투”는 익명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드러내는 자발성에 뿌리를 두고 있죠.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나도 고백했다며 누군가에게 고백을 종용하는 “유 투(you too)”는 곤란합니다.

최근 영화감독 이해영을 둘러싼 미투 공방 중 그가 성적소수자임이 공개됐죠. 자발적인 ‘커밍아웃’이 아닌 타인에 의한 ‘아우팅’이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가 빠지면 미투 운동은 2차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대중과 분리시키며 타자화하는 관음적 시선 또한 거둬야 건강한 미투 운동이 정착할 수 있을 겁니다.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독일 침몰 ‘혼돈의 F조’…한국 최악의 시나리오
▶ [단독]“核·미사일 관련 시설 북한내 3000개 존재”
▶ 인도네시아 7m 비단뱀, 밭일하던 여성 통째로 삼켜
▶ 고용 참사에 저소득층 소득 급감… ‘경제팀 경질론’ 급부상
▶ 류여해 “홍준표, 당 쑥대밭 만들고도 남탓…부끄러워”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핵심소식통 “美당국 36년추적” 향후 비핵화 사찰·검증과정서 최대 난관·상당한 시일 걸릴듯 트럼프-김정은 곧 핫라인 통화 고위급 회담..
ㄴ 北 전역에 核·미사일 시설… 리스트 확인·사찰 수년 걸린다
ㄴ 北이 먼저 核시설 자진신고해야… ‘속였다’ 논란 땐 험로
[속보] ‘폭행’ 구속 피한 이명희, ‘불법고용’ 혐의로..
고용 참사에 저소득층 소득 급감… ‘경제팀 경질론..
살생부 버전마저 ‘가지가지’… 한국당, 낯뜨거운 책..
line
special news “뭣이 중헌디” 김환희 ‘곡성’ 이후 25㎝ 자라 ‘숙..
“연기가 천직인 듯…공효진이 롤모델”‘여중생A’서 ‘곡성’ 이미지 벗고 소심한 여중생 연기 영화 ‘곡성’에..

line
미집행 사형수 61명…정부, 12월 사형제 폐지 선언..
美, 중국 ‘만리방화벽’ 주요 무역장벽 중 하나로 지..
靑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발언, 분담금 협상용인 ..
photo_news
블랙핑크 ‘뚜두뚜두’, 50시간 만에 5천만뷰↑··..
photo_news
지상파 월드컵 해설 경쟁도 뜨겁다…박지성 노..
line
[역사 속 ‘사랑과 운명’]
illust
“私通했다” 악소문 낸 사람 살해한 규수… 정조도 “명예 지켰다..
[인터넷 유머]
mark새로운 연구 mark사오정의 딸
topnew_title
number 군산 화재현장서 ‘빛난 시민의식’…더 큰 피..
대낮 도심에 벌 수 천마리 출현…시민들 혼..
심석희 폭행 혐의 조재범 전 코치 “혐의 인정..
중국계 천재 의사, 136년 전통 권위지 LA타..
“남편 불륜 증거 잡아주겠다”… 1억 등친 흥..
hot_photo
이경규 딸 이예림, 박보영 소속사..
hot_photo
‘러시아의 축구 열기 속으로’
hot_photo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