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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7일(水)
‘유 투’(you too)를 강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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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명 여자 연예인은 등장하지 않을까요?”

요즘 제게 연락하는 이들에게서 적잖이 받는 질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또 누구 없어?”라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해자에 대해 묻고, 또 다른 이들은 “XX도 곧 나온다던데”라며 자신이 들은 ‘카더라’ 통신을 설파합니다. 그리고 몇몇 친구는 왜 피해자 중 유명 여자 연예인은 없냐고 묻곤 하죠.

전 이렇게 맞받아칩니다. “너 같은 애들 때문에 고백도 못 하는 거야, XX야!” 그리곤 덧붙이죠. “물론 가해자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해당 여자 연예인은 ‘성폭력 피해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요. 피해자가 가십의 대상이 되며 또 다른 피해를 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죠.

하지만 분명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질문입니다. 미투 운동은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후 전 세계로 번졌죠. 내털리 포트먼, 스칼릿 조핸슨, 레이디 가가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한 후 지지를 받으며 주변의 시선 때문에 주저하던 여성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유명 여자 연예인이 용기 있는 고백을 한다면 지금까지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또 다른 사건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죠.

그러나 대화를 나눈 한 여성 영화인 A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외국과 국내 대중의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죠. A는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을 예로 들었습니다. 조 감독은 오디션을 치르러 온 여배우들에게 “지금 잘나가는 여배우들은 다 감독과 잤다” “XX는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작품을 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죠. A는 “만약 유명 여배우가 피해 사실을 고백하면 ‘조 감독의 얘기가 아예 틀리지는 않는다’는 식의 댓글이 달릴 것”이라며 “여전히 좋은 배역을 받기 위해 기꺼이 ‘검은 손길’을 감수하는 여자 연예인이 있다는 위험한 시선이 존재하는 한, 미투 운동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은 대중의 안줏거리가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곱씹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미투”는 익명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드러내는 자발성에 뿌리를 두고 있죠.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나도 고백했다며 누군가에게 고백을 종용하는 “유 투(you too)”는 곤란합니다.

최근 영화감독 이해영을 둘러싼 미투 공방 중 그가 성적소수자임이 공개됐죠. 자발적인 ‘커밍아웃’이 아닌 타인에 의한 ‘아우팅’이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가 빠지면 미투 운동은 2차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대중과 분리시키며 타자화하는 관음적 시선 또한 거둬야 건강한 미투 운동이 정착할 수 있을 겁니다.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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