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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 ‘세계 여성의 날’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8일(木)
미투 확산에도… 性폭행 당한 이주女性들은 ‘말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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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물결 경남 김해시에서 활동 중인 여성단체 대표들이 8일 오전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성폭력 폭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지지하며 피해자들을 적극 돕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뉴시스
외국인 대상 성범죄 800여건
이웃남성에게 당하는 사례늘어
고소해도 대부분 합의로 종결

합법적 체류 지위 보장과 함께
통역지원 등 사회적 배려 필요


베트남 출신 30대 결혼이주여성 A 씨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피해 원룸을 얻어 이사했다. 60대 집주인 남성은 한국까지 시집와서 고생한다며 A 씨에게 자상한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집주인은 이내 ‘악마’로 돌변했다. 수도세를 달라며 A 씨 방으로 들어온 그는 저항하는 A 씨를 제압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A 씨는 성폭행을 당한 직후 경찰에 바로 신고했지만, 상처만 더 받았다. 경찰서로 이동할 때 가해자와 같은 차를 타게 된 데다, 조사도 함께 받으면서 심한 수치심과 분노를 느껴야 했다. A 씨는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합의금 100만 원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다.

캄보디아 출신 30대 결혼이주여성 B 씨는 집에 혼자 있던 중 동네 이웃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B 씨의 마음고생은 이후 벌어진 상황 때문에 더 커졌다. 이웃들이 수군거리며 오히려 피해자인 B 씨를 따돌리는 바람에 2차 피해까지 겪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B 씨는 정신적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결국 B 씨는 합의금 1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했지만, 가부장적인 남편과 이혼하게 되면서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가운데 국내에 정착한 외국인 이주여성들이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각계로 확산하고 있지만, 소수자인 외국인 여성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 이주여성이 성폭력을 당할 경우 사법기관의 배려 및 사회적 관심·지원 부족 등으로 대부분이 형사고소를 지속하지 못하고 개인적 합의로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매년 외국인 대상 성폭력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2013년 618건, 2014년 610건, 2015년 753건, 2016년 795건 등으로 성폭력 발생 건수는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자국에 주소를 둘 경우 범죄 피해를 당한 외국인을 적극 지원하는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인 피해자에게 공신력이 보장된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구제 과정에서 합법적 체류 지위 보장과 함께 사건 초기부터 적절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사법기관이 더 외국인 피해자를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이주여성은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이중의 측면에서 각종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며 “의사소통의 어려움, 미흡한 예방·구제·지원제도 때문에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데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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