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부모, 자녀 대학등록금도 양육비로 줘야” 잇단 판결에 갑론을박

현행 법률상 의무조항서 제외
일부선 “결혼비용도 줘야하냐”

성년 자녀의 대학 등록금도 이혼 부모가 지급해야 할 양육비에 포함된다는 법원 판단이 잇따르지만, 이를 입법으로 강제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최근 A 씨가 전남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성인이 된 자녀의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도 양육비로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협의 이혼 시 작성한 약정서에 기재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 작성 동기와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성년 자녀의 등록금까지 양육비의 일부’라는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면서 B 씨에게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매월 50만 원씩 부담하라고 판단했다. 소송 결과에 불복한 B 씨는 지난달 5일 항소했다. 소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보통 대학 재학 중에도 부모의 양육이 계속되는 우리나라 현실을 잘 반영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A 씨 사례처럼 법원은 소송 또는 조정 등 과정에서 이혼 부부의 양육비 산정기준에 대학 등록금을 고려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행법률상 관련된 의무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성년 기준인 만 19세 이상부터는 양육비 산정 기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자연히 대학 등록금 등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 드는 제반 비용은 양육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지난해 대학 등록금을 양육비 범위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양육 부모만 자녀의 등록금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크다”고 역설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사의 재량과 당사자 간 조정 등으로 충분히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사안을 과도하게 법률로 의무화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우리나라 현실대로라면 부모가 자녀의 결혼비용도 대주는데, 이런 식이면 결혼비용까지 양육비로 부담하도록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전형적인 과잉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