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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9일(金)
시차 출퇴근 · 재택근무 등 다양… 작년 465곳서 도입 ‘급증’
급여 덜 받지만 복리후생은 보장… 대기업·中企 양극화 우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저출산과 일·생활 균형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면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자녀돌봄 10시 출근제’에 따라 교육부 공무원이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근로시간 단축 대안 떠오르는 유연근무제 A to Z

도입前 노사간 서면 합의 필수
정부, 中企엔 간접노무비 지원

일·가정 양립 - 자기계발 효과
관련법 모호해 확산 걸림돌로
기업 81%가 “실시 않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부담 덜고
청년일자리 창출 기대감도
美·英 등 ‘플렉스타임’ 성과

노동계 “탄력 근로 악용 우려”
경제계 “획일적인 운영 안돼”


최근 일·생활 균형(워라밸·Work &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유연근무제 지원실적은 사업장 101곳(657명)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465곳(3880명)으로 급증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가 주5일 전일근무제를 하는 대신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급여는 덜 받지만, 4대 보험을 비롯한 복리후생은 정규직 수준으로 보장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고가 자유로운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보다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는다. 무엇보다 유연근무제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유도하는 동시에 일자리 나누기,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주당 근로시간이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별로 준비 상황이 다른 데다 앞으로 양극화를 보다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정부의 면밀한 제도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 유연근무제의 형태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시차출퇴근제는 주당 40시간(평일 5일, 1일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선택근무제는 1개월 이내의 정산 기간(주 단위)을 평균해 소정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1주 또는 1일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재량근무제는 근로시간 배분과 업무수행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고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원격근무제는 주거지·출장지 등과 인접한 원격근무용 사무실에서 근무하거나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근무하는 제도다. 주 1일 이상 주거지 근무, 근거리의 원격근무센터 근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이동이 편리한 장소의 원거리근무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재택근무제는 주 1일 이상 근로자가 정보통신기기 등을 활용해 사업장이 아닌 자택에 업무 공간을 마련해 근무하는 제도다.

2 확산 배경과 효과

ICT의 급격한 발달에 힘입어 근로자 입장에서는 각자 사정에 맞는 다양한 근무 형태가 가능해졌고,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마트폰, 태블릿 등 각종 스마트기기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굳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수행이 가능하다. 아마존·제너럴 일렉트릭(GE)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업무 효율성을 위해 원격근무를 활용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토요타·미쓰이물산 등 일본 대기업들도 발 빠르게 자사에 맞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업무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최근 젊은 직장인들은 승진이나 금전적 보상과 같은 전통적인 동기부여 요소보다 조직으로부터의 인정, 성장 기회, 업무에 대한 자기 주도성, 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더 큰 몰입과 충성도를 느끼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젊은 직장인들에게 큰 유인요소로 작용하고, 숙련 인력의 이직은 기업에도 손실인 만큼 유연근무제로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3 정부 지원 내용

정부는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도입하고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유연근무 사용을 허용한 중소·중견기업에 간접노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주 1∼2회 활용하면 5만 원(연 260만 원), 3회 이상 활용하면 10만 원(연 520만 원)을 최대 1년간 지원한다.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은 근로자가 유연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취업규칙·인사규정 등)를 마련하고, 전자·기계적 방식으로 출퇴근 관리를 해야 한다. 지원 인원은 직전 연도 말일 기준 피보험자 수의 30% 한도 내에서 70명(시차출퇴근제는 최대 50명)을 초과할 수 없다. 원격근무 인프라 구축 지원은 지난해 신설된 제도다. 재택·원격근무를 도입하거나 확대 시행하기 위해 시스템·설비·장비 등을 설치하는 우선 지원대상 기업, 중견기업 사업주가 대상이다. 인사노무관리 등 시스템 구축비의 50% 한도 내에서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하거나, 총 투자 금액의 50% 한도 내에서 최대 4000만 원의 융자 지원을 한다.

4 제도 도입 절차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려면 개별 근로자와 새로운 계약 체결, 취업규칙 변경,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등이 필요하다. 도입 요건이 엄격한 이유는 근무제도 변경으로 인해 근로자 개인의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함이다. 유연근무제 도입 시 서면 합의 체결 권한을 가지고 있는 근로자 대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다. 근로시간에 관한 내용은 법적으로 근로계약서에 명시돼야 할 사항이다. 근로계약서는 유연근무제 적용 근로자와 새로운 내용으로 체결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는 유연근무제 운영과 관련해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취업규칙은 유연근무제 도입·운영 관련 내용을 반영해 변경해야 한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 과반수 대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양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회사 내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제도에 대한 사전 검토를 해야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5 운영 사례와 성과

소이자연㈜는 여직원의 라이프 스타일과 연구개발 등의 업무특성을 고려해 근무환경 개선, 맞춤형 근무시간 선택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한라IMS㈜는 지속적인 연장근로, 인근 지역 교통체증 등의 문제로 근로자들이 일·가정 양립, 자기계발의 기회를 갖기 힘들어 이를 해소하고자 재량근무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장근로를 지양하고 근로시간 내 업무를 마치는 분위기가 조성돼 업무 몰입도가 상승했다.

롯데첨단소재㈜는 연구원·영업 등 직군별 특성에 맞는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불필요한 야근과 특근을 줄여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시행했다. 이 업체는 사무실 밖에서도 업무가 가능한 모바일 오피스 및 외부 통신망 구축을 통해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운용, 근무 만족도 및 업무 몰입도를 높였다. ㈜신한은행은 스마트워크센터 설치 및 다양한 유연근무제 도입을 통해 근무만족도 및 업무 몰입도를 제고했다. 또 육아휴직 중 퇴직비율이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6 기업 및 업종별 입장

대기업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고 인력 충원이 쉬워 이미 시차출퇴근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시행 중인 곳이 적지 않다. 반면,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영세기업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영세기업 입장에서 유연근무제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이긴 하나, 계절적·분기별 수요의 변동이 있는 산업에서는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 취업규칙을 통해 도입하는 2주 단위와 근로자대표 서면 합의를 통해 도입하는 3개월 단위의 유연근무제 단위가 가진 한계다. 이와 관련, 2015년 9월 노사정위원회 합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각각 1개월(취업규칙), 6개월(노사합의)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중소업계는 이를 각각 6개월, 1년 단위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행 근로자대표 서면 합의를 통해 가능한 3개월 단위 유연근무제 도입요건을 개별근로자 동의 또는, 근로자대표 협의로 가능토록 완화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사람 구하기가 어렵고, 취약계층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는 소상공인업계에서 유연근무제는 다른 나라 얘기”라고 말했다.

7 대기업·中企 양극화 우려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연근무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보다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노동분야를 주로 연구해온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환경이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노 박사는 특히 “건설업 같은 경우 계절적 요인이 크고, 게임산업의 경우에는 신제품 출시 막바지에 하루 18시간 이상 근무가 예사인데, 현재 계절적·특수환경에 있는 산업은 3개월까지 유연근무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유연근무를 위한 절차와 환경 등이 이미 구축돼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아 상황극복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노 박사는 이어 “예전 주당 최대 68시간 근무 때는 중소기업도 어느 정도 이 같은 환경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었으나, 52시간으로 줄어들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노 박사는 “기존에 발표한 대로 2022년까지 유연근무제의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을 준비할 게 아니라 항구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성장단계별 지원체계 확보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8 해외 도입 현황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플렉스타임(Flextime)’이라고 불리는 유연근무제를 이미 도입해 실천하고 있다. 영국은 2003년 6세 이하 자녀나 18세 이하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게 유연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뒤 적용 대상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유연근무제 및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는 방안의 제안서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주로 보험판매원 등 자신만의 업무시간 조정이 필요한 직종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가 시행돼왔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원들의 생산성 및 효율성 증대를 위해 자체적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야근 등 초과근무시간을 축적해 자신이 원하는 날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9 모호한 법·제도는 걸림돌

고용노동부의 유연근무제 지원실적은 급증 추세에 있지만 전체 적용 대상자 대비 지원실적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고용부는 현재 유연근무제 확산이 더딘 이유로 법·제도적 모호함을 들었다. 국회에서의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한 배경이다. 예를 들어 유연근무제 유형 가운데 선택근무제의 경우 취업규칙 변경방법 등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됐지만, 재택근무제나 원격근무제 등은 해당 제도 도입 시 취업규칙 변경 등을 규정한 관련법이 없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369개 기업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 실시현황’을 조사한 결과 81.0%가 ‘유연근무제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향후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의향이 없다’는 기업도 81.9%에 달했다.

10 제도 개선 시급

유연근무제 도입을 강조하는 분위기와는 달리 정작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개선 방안이 제외됐다. 국회는 근기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부칙에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한다’는 조항을 넣는 데 그쳤다.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 근로시간 운영의 유연성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지만, 관련된 노사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계는 현재 2주 또는 3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절별로 일이 몰리는 사업은 6개월, 1년 단위로 늘리고 허용기준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노동계에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가 근로시간 단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장시간 근로를 용인하고 연장근로 수당을 줄이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경제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차단하려면 근로시간 운영의 유연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시간의 획일적인 운영방식으로는 기업의 인력난 및 재정부담을 더욱 가중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진영·김윤림·김남석·김다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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