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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9일(金)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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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구마’가 영양 간식거리이자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귀한 고구마를 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고구마는 중남미에서 유럽, 중국, 일본을 거쳐 18세기에 와서야 국내에 들어온 외래종이기 때문이다. 조엄(1719∼1777)이 1763년에 조선통신사로서 일본 대마도에 들렀을 때 고구마 종자를 구해 본국에 보냈고, 또 이듬해 돌아오면서 그 종자를 가지고 왔다는 기록이 전한다.

고구마가 일본에서 국내로 들어오면서 그 명칭도 함께 따라왔다. ‘고구마’는 당시의 일본어 대마도 방언 ‘고고이모’에 뿌리를 둔 말이다. ‘고고이모’의 ‘고고’는 ‘孝行’을 뜻하고, ‘이모’는 ‘토란, 참마’ 따위를 지시한다. 고구마가 1732년 교호 대기근(大飢饉) 때 굶주린 대마도 주민들을 살려냈다고 하여 ‘고고이모(孝行藷)’라는 영예로운 명칭을 얻은 것이다.

조엄의 ‘해사일기’에 나오는 차자표기 ‘古貴爲麻(고귀위마)’를 참고하면, 우리말에 ‘고고이마’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모’를 ‘이마’로 받아들인 것은 우리말 ‘마(맛과의 덩굴풀)’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고고이마’는 ‘고그이마’를 거쳐 ‘고그마’로 변한다. ‘고그마’가 19세기 문헌에 보이는데, 20세기 초 사전에서는 이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고그마’에서 제2음절의 모음이 변한 어형이 ‘고구마’다. ‘고구마’가 표준어로 인정받은 것은 ‘조선어표준말모음’(1936)에서이다.

한편 ‘고구마’를 뜻하는 단어로 한자어 ‘감져(甘藷)’도 있었다. ‘감져’는 고구마와 뿌리가 유사한 ‘감자’가 중국에서 들어오자 그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일본어 ‘고그마’가 들어와 세력을 잡자 ‘고구마’의 의미는 그것에 넘겨주고 ‘감자’만을 뜻하게 됐다. 이로써 ‘감져(감자)’와 ‘고그마(고구마)’라는 명칭이 뚜렷이 구별되고, 그 사이에 ‘감져’는 ‘감쟈’를 거쳐 ‘감자’로 변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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