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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9일(金)
러시아 정찰총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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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러시아 스파이 조직 하면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나 그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KGB에 뒤지지 않는, 아니 해외 공작은 더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있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정찰총국(GRU)이다. KGB는 ‘전(全)러시아 비상위원회(체카)’의 후신으로서,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제1총국이 있었지만, 국내 비밀경찰의 성격이 더 짙었다. 그리고 FSB의 해외 파트는 KGB 제1총국이 해외정보국(SVR)으로 분리돼 나가는 바람에 더 약화됐다.

GRU는 레온 트로츠키가 적군(赤軍) 내에 체카와 별도의 정보조직을 꾸리면서 창설됐다. 그러나 단순한 군(軍) 정보조직에 머물지 않았다. 코민테른과의 협조 속에서 해외 첩보망을 넓혀 나갔다. 스파이사(史)의 전설인 ‘케임브리지 5인방’도 GRU가 주도했으며, 지금도 GRU가 SVR보다 6배 더 많은 ‘해외 정보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외교관은 GRU를 ‘먼 이웃’, KGB는 ‘가까운 이웃’이라 부른다. KGB 본부는 러시아 외교부 청사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GRU 본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 공작을 주로 담당하는 KGB 해외 활동과 러시아 외교부의 업무는 가깝지만, 테러·파괴·암살 작전 중심의 GRU 활동은 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GRU가 화제가 되고 있는 지난 4일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전 GRU요원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 딸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영국 경찰은 신경가스를 사용한 암살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 스크리팔은 2006년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의 신원을 영국 비밀정보국(MI6)에 넘긴 혐의로 13년 형을 선고받았다가,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을 할 때 풀려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6일 하원에서 “러시아의 개입이 확인되면 잉글랜드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소한 영국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런데 GRU를 모델로 조직된 북한 정찰총국의 총국장 김영철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북한 대표로 참석했다. 독가스·독극물 사용 등 러시아 정찰총국과 북한 GRU의 방식은 유사점이 많다. 단지 이들을 다루는 상대국의 태도가 크게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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