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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9일(金)
김정은이 美·北 회동 전 해야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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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北 정상국가 꿈꾸는 김정은
對美관계 정상화 우선 추진
한·중·일, 미국 덕분 경제 성장

對美 수교 前 ‘숙제’ 해야
核·미사일 폐기, 수용소 폐쇄
先代 불량국가 遺産 청산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함에 따라 역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4월 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이 가시권 안에 들어선 것이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미국과의 문제를 풀어야 북한의 비정상성이 극복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 일단 문제의 본질은 정확하게 짚은 셈이다. 대북특사단의 수석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일 평양 회동 때 김정은이 대미 관계 정상화 의지를 보이면서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공개했다. ‘3·5 남북합의’에도 이 같은 북측의 의지가 드러나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정은이 특사단과의 회동 때 북한의 정상국가화 의지를 내비쳤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아독존적 대외 행보로 요즘 미국의 세계적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미국은 전 세계에서 빈곤국을 가장 많이 도와줘 온 나라이다. 많은 나라가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를 일궜고, 미국이 만든 세계 질서의 일원이 됨으로써, 국가 교류도 정상적으로 발전시켰다. 2차대전 패전 후 일본이 그랬고, 한국도 그랬다. 공산혁명 후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던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은 대미 수교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던 베트남도, 경제를 위해 대미 관계 정상화를 택했다.

대북특사단 귀환 후, 미 정부 인사에게 미·북 수교 가능성에 대해 물었더니 “지금 북한에 그렇게 큰 선물을 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려면 해야 할 숙제가 많다”면서 “북핵 폐기가 가시화했을 때 연락사무소 개설 정도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 성장의 보증수표인 대미 관계 정상화를 이루려면 북한이 핵 폐기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래 7∼8%대의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미얀마의 경우 정치범 석방, 북한과의 무기거래 중단을 통해 제재 해제를 받아냈다.

북한은 미얀마보다 훨씬 더 많은 숙제를 해야 한다.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폐기는 물론이고,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적발된 시리아와의 화학무기 네트워크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맹독성 신경안정제 VX로 김정남을 암살한 북한을 2017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이어, 지난 5일 북한에 대한 원조 중단 및 기술·금융 지원 금지, 국가안보 민감 품목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뿐인가?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 실험 강행에서 지난해 말 ICBM ‘화성-15형’ 발사에 이르기까지 총 10개의 대북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원유 대북 수출량까지 제한한 제2397호 등 8개의 제재결의는 김정은 집권 후 부과된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세로 제재를 푸는 일부터 해야 한다. 대미 수교를 위해선 핵·ICBM 해결은 물론 정치범 수용소 폐쇄 등 수교에 따른 기본 요건도 충족시켜야 하는데, 핵심은 핵 폐기 결단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7년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 에번스 리비어를 미국 연락사무소장으로 내정해 평양에 상주 사무소 개설을 준비한 바 있다. 그러나 북측이 성조기 깃발을 두려워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2007년 겨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방북했지만, 김정일이 접견을 거부하는 바람에 평화체제 논의와 수교 프로세스는 중단됐다. 김정일은 핵에 집착하느라 대미 수교 기회를 2번씩이나 걷어찼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최빈곤국이자 핵·미사일 도발과 위폐·마약·불법 화학무기 거래를 일삼는 불량국가라는 유산을 김정은에게 남겨준 것이다.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으면 선대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제네바 합의와 9·19 공동성명에는 미·북 수교 로드맵이 나와 있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은 이미 2번씩이나 도상 연습을 한 만큼 의지만 있다면, 3번째 방안은 쉽게 도출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김정은만 결단을 앞당기면 성과가 빨리 나올 수 있다. 그런 만큼 김정은은 5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때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고 정상국가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뒤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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