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5월 정상회담>제네바 합의·6자회담… 北, 약속·대화 수차례 ‘무용지물’ 만들어

‘核위협 → 비핵화 약속 → 파기’
반복된 美-北 대화 역사 ‘주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안에 미·북 첫 정상회담을 하고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과거 미·북 대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방북하며 미·북 대화의 단초가 생겼다. 이듬해인 1994년 10월 21일 미·북 양측은 로버트 갈루치 당시 북핵 특사와 강석주 외무성 부상의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미국 등의 경수로·중유 제공을 상호 교환하는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문’(제네바 합의)을 도출했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미·북 간 갈등이 다시 높아졌다. 이어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으로 대북 중유 공급 중단 조치가 이뤄지자 북한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 앞선 제네바 합의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2003년 8월 6자회담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 회담에서 나온 것이 2005년 9월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로드맵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다. 하지만 이 공동성명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이 북한 수뇌부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제재하자 북한이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정권을 잡은 이후인 2012년에는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2·29 합의’를 발표했지만, 이 합의도 불과 2개월 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를 발사하며 사문화됐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