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5월 정상회담>서울 ~ 평양 ~ 워싱턴 숨막힌 3각 외교전… 예상 넘는 성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시선 쏠린 입 정의용(왼쪽 두 번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미·북 정상회담 5월 개최와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5일 金면담서 9일 발표까지

韓특사단 北방문 文친서 전달
북측은 만찬자리 파격적 환대

靑 “美전달할 北메시지 있어”
여야대표와 오찬자리서 언급

鄭실장·徐원장 급거 訪美
트럼프 만난뒤 전격적 발표
5일간 한반도 정세 급진전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대북 특별사절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한 데서부터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까지 5일간 서울과 평양, 미국 워싱턴DC 간의 ‘3각 외교’는 그야말로 영화보다 더 극적인 진전을 보여줬다. 한반도 정세는 이번 5일에 걸친 숨 막히는 외교전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특사단은 지난 5일 오후 2시 50분쯤 평양에 도착, 3시간여 뒤인 오후 6시부터 김 위원장을 면담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 인사와 만난 것은 2011년 집권 이후 처음이었다. 특사단은 북한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비핵화를 중심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과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에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이어진 만찬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의 평양 도착 3시간 만에 접견을 가진 점, 부인 리설주를 만찬장에 동반하는 행보를 보인 것 등을 놓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남측 인사가 ‘김정은-리설주 부부’와 동시 접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측에서는 만찬에 수석특사인 정 실장을 비롯해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특사단 5명 전원이 참석했다. 특사단은 복귀 직후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방북 결과를 발표했다. 정 실장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초청 오찬에서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정 실장은 그러나 미국 측에 전달할 북한의 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 실장이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단순히 비핵화 미·북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 공개하지 않은 북한의 모종의 메시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8일 미국으로 출국해 2박 4일의 방미 일정에 들어갔다. 첫 일정으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고위 안보·정보 당국자들과 회동이 예정돼 있었지만, 폼페이오 국장은 출장 중이어서 특사단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애초 9일쯤(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직접 만나기 위해 미 측과 조율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맥매스터 보좌관과의 만남에서 대화가 급진전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향후 미국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고 서 원장은 일본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