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5월 정상회담>청와대·백악관, 브리핑 직전까지 내용 철저히 함구

회견도 예고없이 불시에
외신기자·특파원 북새통
질문에도 답변 않고 끝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북 정상회담 요청은 브리핑 직전까지 미국 현지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기자회견도 충분한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8일(현지시간) 오후 5시 10분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북한과 관련해 곧 중대 발표(major announcement)를 할 것”이라며 “발표 시간은 오후 7시”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발표할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미국과 한국 정가에선 “미·북 간 대화 탐색전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라는 추측이 쏟아져나왔다. 실제 이날 워싱턴 현지에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나 서신을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있었다. 발표 내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회견장은 브리핑을 취재하려는 외신 기자들과 특파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정 실장에게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브리핑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발표전까지 “정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현재 백악관을 방문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을 곧 예방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한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또는 영변 핵시설 가동 중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등이 될 것이란 추측을 내놓았다. 실제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끈 정 실장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를 위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할 단계까지 와 있지는 않다”고 운을 뗐었다.

그러나 백악관 브리핑이 시작되자 김 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화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라는 언론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정 실장은 서 원장,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와 함께 백악관 웨스트윙(west wing·백악관 참모들 근무 공간) 옆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 미리 준비해놓은 원고를 읽어내려가자 CNN은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라”고 보도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의 빗발친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김윤희·박세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