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확산>“미투 현상, 국가 비상사태… 다 바꾸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정현백 여가부 장관, 공공기관 성폭력 신고센터 현장점검

“가부장 문화 이번 기회에
바꾸는 토대 될 수 있을것”
상담 늘어 인력 늘리기로
전국 법원장도 성평등 대책

정현백(사진) 여성가족부 장관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에 따른 사회적 현상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정 장관은 9일 “(현 상황은)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기회가 가부장적인 문화를 싹 바꾸는 토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상담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정책 집행을 잘해도 현장 상담에서 실제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없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며 센터 상담사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센터에는 기존 1366(여성긴급전화) 상담사를 비롯해 5명의 상담원이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성희롱·성폭력 상담을 받고 있다.

박난숙 권인증진국장은 “8일 개소 첫날에만 36건의 상담이 들어왔다”며 “신고 별로 분류해 추가 상담을 하거나 경찰 등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상담원을 8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센터는 상담을 받은 사건의 수사 의뢰 여부 등을 전문적으로 판정하기 위해 변호사,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사건판정처리추진단’도 곧 발족할 방침이다. 센터 내 ‘컨설팅위원회’는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이 직장 내 고충 처리 과정에서 인사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한 상담사는 “상담을 요청하는 여성들 대부분이 그동안에는 성희롱·성폭력을 당해도 ‘자신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미투 운동 이후에는 ‘상대방의 문제’ ‘남성 중심적 문화’가 문제라고 자각해 상담을 하게 됐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현재까지 상담 건 중에 심각한 사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이날부터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이번 특별점검으로 공공부문의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피해자 보호 및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일련의 대책을 범정부 협의체를 중심으로 종합화·체계화해 이행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8∼9일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향후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2차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피해자 신상정보 보호 △특별증인지원제도 △신뢰관계인 동석 등의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법원 내 ‘모성보호 및 성차별적 언행 방지 및 피해 처리·보호 대책’도 논의했다. 또 양성평등 담당법관 제도를 확대 실시하고 모성 보호를 위해 임신 중인 여성 판사들에 대한 사건배당을 감축하는 내용으로 관련 예규 등을 제·개정하기로 했다. 법원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점검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유진·손기은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