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과도한 임금성 복지’ 줄이기 나선다

세계 판매시장 위기 대응 위해
노조에 ‘협조요청’ 공문 발송
해외연수·하계휴양소 운영 등
직원 복리후생 중단·축소案 제시
노조 “韓電부지 매각 먼저해야”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건비 감축과 함께 복리후생비 대폭 삭감을 추진 중인 가운데 7년 만에 영업이익 최저를 기록한 현대자동차도 직원 해외연수, 하계휴양소 운영 등 임금성 복지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을 나섰다. 앞서 4년간 3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지엠 역시 임금 동결, 성과급 포기 등 인건비 감축과 함께 지난해만 3038억 원에 달한 과도한 복리후생비 감축을 비용절감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비용절감을 포함한 긴축 경영에 대한 노사합의 여부가 차 업계 생존의 절대조건이 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일 노조에 ‘2018년 경영환경 악화 우려에 따른 위기대응 관련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어려운 경영상황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현재 지급되는 임금성 복지 부분을 일부 중단 또는 축소하자고 요청했다. 현대차 측이 중단 및 축소 요청한 임금성 복지는 직원 해외연수를 비롯해 하계휴양소 운영, 체육대회 경비 지원, 운동용품 지원 등이다. 현대차 복리후생비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1779억 원, 1866억 원에 달했고 지난해도 1~3분기 1306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모범사원, 현장관리자 대상으로 대리 이하 직원 534명이 6박 7일 간 독일, 체코 등을 방문하는 대규모 직원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직원 해외연수는 ‘회사는 해외견학을 매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경영상 부득이한 경우 별도 협의한다’는 단체협약(단협) 27조에 따른 것이다. 2016년에는 760명을 해외연수 보냈으나 지난해는 그나마 30%가량 삭감한 숫자다. 또 단협에 따라 각 공장·연구소별로 해수욕장, 리조트 등을 지정해 7~8월 여름휴가 기간에 하계휴양소를 운영했다. 이밖에 체육대회 경비 지원 명목으로 노조원 1인당 3만 원 지원하고, 부서별로 운동용품 등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가 복리후생 축소를 요청한 것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과 영업이익이 각각 6.4%, 11.9% 감소하는 등 회사 경영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올해 역시 전 세계 자동차 수요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 측이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사전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정말 회사 주장대로 위기라면 11조 원 한국전력 부지 매각 등 자구책을 먼저 실시한 후에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