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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09일(金)
軍 존재 이유 망각한 韓美훈련 축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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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성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석좌 연구위원, 국방대 명예교수

군대의 최우선적 존재 이유는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전쟁을 하지 않기라는 속뜻에는 전쟁 예방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전쟁이 벌어진다면 군대는 그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겠지만, 일단 전쟁이 터졌다면 그 군대는 전쟁 예방이라는 제1차적 임무에서 실패한 셈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군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쟁을 예방하려면 적(敵)이 우리 군대를 상대로 감히 전쟁을 도발할 꿈도 꿀 수 없도록 확실하게 억제해야 한다. 그리고 적을 억제하려면 평시부터 ‘전쟁을 어떻게 대비하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잘 다듬을 뿐만 아니라, 적이 이를 충분히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전쟁의 예방이든 전쟁에서의 승리이든 관건은 군대가 잘 싸울 수 있는 능력이다.

흔히 ‘서양의 손자(孫子)’라고 일컬어지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에서 잘 싸우려면 ‘경험’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쟁 체험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는 타인의 경험에서 배우는 전쟁사 연구가 중요하며, 장병들은 부단하게 교육과 훈련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훈련은 ‘습관화(habituation)’의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릇 훈련이란 ‘손에 익도록’ 해야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무리 없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가 훈련을 중단하면 그만큼 전투력은 감소하게 마련이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이 6·25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서서 오늘날과 같은 번영과 든든한 국가 안보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온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것이지만, 한·미 동맹과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없었다면 과연 그것이 가능했겠는가? 특히,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있었기에 그동안 북한의 전쟁 도발이 억제됐고, 그 든든한 울타리 덕분에 우리는 경제 선진화와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핵심은 한미연합사령부의 존재와 연합훈련 그 자체다. 현재 한·미 연합훈련은 봄(2∼4월)에 실시되는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FE)훈련, 여름(8월)에 실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으로 대별된다. 키 리졸브 연습은 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치르는 지휘소 훈련으로서 전시 증원전력의 전개를 다루고, 독수리훈련은 대규모 한·미 양국군의 야외 기동훈련이다. 이때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첨단 전폭기 등 전략자산이 동원되며, 양국 해병대의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도 실시된다. 을지연습은 양국군의 연합 전구(戰區)작전 수준의 지휘소 연습과 정부 차원의 군사지원 훈련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인해 연기됐던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4월 1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원래 규모대로 실시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미·북 대화와 4월 하순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이유로 내세우며 벌써 일부 좌파 논객들은 훈련의 재연기 또는 그 규모의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 안보는 이념과 진영 논리를 초월하는 것이다. 특히, 군사훈련을 어떤 이유로든 거르거나 축소시키는 것은 안보적 자해(自害) 행위와 다름없다. 우리 군의 전투력 유지와 향상, 힘과 의지를 통한 억제 효과, 그리고 북한이 치르게 될 대응 훈련으로 인한 자원 고갈 효과 등을 고려할 때, 한·미 연합훈련만은 반드시 계획대로 차질 없이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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