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밥이다… 지식과 지성이 지배하는 사회 만드는 게 區政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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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필 관악구청장

“국가의 힘 있는 곳엔 도서관”
‘세계 도서관 기행’ 책 내기도

유종필(사진) 관악구청장이 국회도서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구청장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데는 지역에서 도서관 운동을 전개해보자는 뜻이 있었다. 평소 어떤 일을 하든 좁은 범위에서 성공시켜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유 구청장은 인생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을 실현하려면 경제만으론 부족하고, 인생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지식 문화가 필수적 요소라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못사는 지역 중 하나인 관악구에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싶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 구청장은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밥을 먹지 않으면 육체적인 결핍이 생기는 것처럼 책을 안 읽으면 정신의 결핍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가 구청장으로 재임하면서도 틈틈이 ‘책과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강연하고, 역설하는 이유다. 유 구청장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국가의 권위와 힘, 자랑할 만한 상징거리가 있는 곳에 반드시 도서관이 있다”며 “지식과 지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정치적 목표를 두고 있다”고 했다.

유 구청장은 기자, 방송작가, KTV 대표, 정치인, 정당 대변인, 국회도서관장 등 다양한 길을 걸어오면서도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첫 저서는 1993년 한겨레 기자 시절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쓴 ‘굿모닝 DJ’다. 이후 MBC 제작진에 발탁돼 국내 최초 시사인형극 ‘단소리 쓴소리’의 대본 집필을 2년간 맡았으며, 2003년 노무현 후보 공보특보를 지낸 후 자전적 에세이 ‘9남매 막내 젖 먹던 힘까지’를 저술했다.

책과 도서관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온 유 구청장은 국내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구청장 취임 이후 ‘세계도서관 기행’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발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국회도서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둘러본 세계의 위대한 도서관들을 기자적 관찰력과 문학적 필치로 그려낸 저서다. 박물관과 도서관의 기원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의회도서관을 시작으로 전 세계 16개국 50개 도서관에서 세계의 지성과 호흡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엮었다. ‘세계도서관 기행’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를 비롯해 수많은 기관의 추천도서에 올라 있다.

유 구청장은 “책은 밥이다”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모든 기술과 바꿀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도서관에서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해 동서고금의 위대한 천재들을 돈 한 푼 없이도 만나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 구청장은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유종필의 관악소리’라는 제목으로 구청장으로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연재 중이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