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수사과정 ‘미투 2차피해’ 막아라”

여가부, 수사기관에 교육 권고
범죄 무관한 질문·대질신문 등
2차피해 17.5% 檢·警이 유발

“허리를 돌려 비틀면 성관계를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지난해 뜨거운 논란을 낳았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 성폭행 사건을 다룬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사가 피해 여성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미투(Me Too)’ 운동으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와 관련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폭력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진술 강요, 범죄와 관련 없는 질문, 신상 노출, 가해자와의 대질신문 등이다. 여성가족부는 12일 ‘2017년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해 여성폭력 범죄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검사·경찰 등 수사 업무 종사자 대상 교육을 강화할 것을 검찰청과 경찰청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는 여가부가 각 부처 주요 정책과 법령을 양성평등 관점에서 분석·검토해 특정 성(性)에 불리한 사항 등에 대해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여가부는 검·경의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교육 대상자가 소수로 한정돼 있고, 의무교육도 아니어서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성폭력 피해 상담 2055건을 분석한 결과, 2차 피해의 17.5%가 검·경·법원에 의해 발생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는 이날 “더 이상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게 도와달라”며 2차 피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제도적으로는 검찰이나 경찰, 법원 모두 성폭력 전담 인력이 구비돼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피해 여성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현장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대환·최준영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