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노린 美의 무역보복 공세… 수출품목 겹친 韓에 매번 ‘불똥’

반덤핑 조사 건수 별차이 없어
“물량조절 등 근본적 대책 시급”

일본·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보복 공세로 인해 애꿎은 우리나라가 ‘불똥’을 맞아 주요 피해국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2일 경제단체 및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에 대한 강력한 수입규제 압박을 필요한 때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미국 보호무역주의 ‘칼끝’은 당시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인 일본을 향했으나 한국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미국의 대(對)일본 수입 규모는 한국의 6배를 웃돌았는데도 불구하고 1982~1985년 동안의 미국의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일본 19건, 한국 16건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현재는 최대 적자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으나 한국이 덩달아 타격을 받고 있다. 2016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수입규모는 한국의 6배 이상을 웃돌았으나 2016~2017년 상반기 동안의 미국의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중국 16건, 한국 12건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0년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재계는 이처럼 한국이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로 인한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이유를 동북아 국가 간의 수출 경합 관계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1997년 이래로 10년 동안 이뤄진 미국의 대한국 반덤핑 규제 품목 중 70%가량(14건)은 중국과 경합 중인 수출 품목이었고, 이 중 중국과 한국이 같은 규제를 시차를 두고 받거나 동시에 받은 건수만 해도 10건에 이르렀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규제로 중국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줄어든 공백을 한국산이 채울 때는 여지없이 수입규제가 뒤따랐다”며 “중국산의 빈자리를 파고들 때는 미국의 수입규제를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량 조절’ 등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근본적으로 중국과의 수출 경합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산업 구조 재편과 혁신 성장 전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