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금감원장·하나銀 채용비리 의혹 ‘진실게임’ 양상

‘대학동기 아들 청탁’논란 가열
崔 “특별검사단 통해 사실규명”
靑 “관련 논란 살펴보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채용비리 조사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사가 공방을 벌이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최 원장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기로 했다.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 원장과 관련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파악에 착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원장과 관련한 논란을 관련 수석실에서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바른미래당이 논평을 내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데 이어 청와대까지 입장을 밝힌 셈이다. 최 원장도 이날 금감원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자신을 비롯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 규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은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내던 2013년 KEB하나은행에 지원한 대학 동기 아들 A의 이름을 담당 임원에게 전달한 게 발단이다. 최 원장은 “연락이 와서 담당 임원한테 (이름을) 던져주고 합격 여부만 알려 달라고 말했을 뿐이고 영향력은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A씨가 서류전형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 5곳에서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때 발표한 특혜 채용 유형 중에는 ‘별도 관리 중인 명단’(VIP명단)에 포함된 지원자에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준 것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 원장의 사례가 “기존 은행권의 채용비리 정황과 다르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한편, KEB하나은행 측에 당시의 자료를 요청했다. KEB하나은행도 당시 담당자의 말을 빌려 “채용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이 언급한 응시자가 서류전형을 면제받았는데 다른 은행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