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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2일(月)
때론 非情해야 ‘착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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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癌치료에 비유되는 구조조정
성동·STX조선 호스피스 포기
‘원칙 지켰다’ 호평 낯 뜨거워

산업 청사진 속 구조조정 절실
‘사람중심 경제’로 정치화 우려
‘小善은 大惡’ 철언 되새길 시점


구조조정은 흔히 ‘암(癌) 치료’에 비유된다. 생사가 달린 중병을 고치는 일이다. 과정도 똑같다. MRI 등의 진단을 통해 암으로 최종 판명 나면 명의가 달라붙어 빨리 수술해야 환자가 산다. 환자의 살려는 의지와 헌신적인 간병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면 웬만한 암은 완치도 가능하다. 암 판정이 났는데도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면 암세포가 급속히 번져 환자의 조기 사망을 부른다. 엄정히 평가하고 신속히 집행하며 자구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구조조정의 3대 수칙을 빼닮았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며칠 전 내놓은 중견 조선사 구조조정안을 놓고 ‘원칙 고수’라느니 ‘고강도 결정’이라는 등의 호평을 하는 건 낯 뜨겁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행, STX조선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 등을 전제로 한 시한부 생존이 이번 안의 골자다. 하지만 이는 말기 암 환자를 돌보고 있다가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이젠 손을 떼겠다는 선언일 뿐 이들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발표가 아니다. 의사로서 치료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그간 맡았던 호스피스 역을 그만두겠다는 얘기다.

어차피 두 회사는 돈이 다 떨어져 더는 버틸 재간이 없거나 돈이 얼마 남지 않아 자구노력을 해본들 회생이 어려운 처지다. 그냥 놔두면 문 닫게 될 기업을 그대로 가게 하는 게 무슨 구조조정이란 말인가. ‘보신(保身)의 대명사’ 관료들과 국책은행이 돈을 더 퍼부었다간 책임문제가 불거질 게 분명한 껍데기 기업을 살리려 할 리도 만무했다. 정부가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회의’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대단한 결단이라도 한 양 요란 떠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또 있다. 두 조선사는 지난해 외부실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경제논리대로라면 그때 해결했어야 옳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산업 측면’을 고려한다며 재실사를 했다. 결과가 같으니 뇌사 상태인 환자에게 연명치료만 해온 셈이다. ‘밑 빠진 독’에 혈세 12조 원을 쏟아부은 이전 두 정부의 책임도 무겁지만, 수개월간 시간을 허비하며 비용 부담을 키운 문 정부 책임도 가볍지 않다.

문 정부의 조선사 구조조정이 평가받으려면 향후 우리 조선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기업생존을 가려야 한다. 세계 업황에 기댄 구조조정은 진정한 구조조정이 아니다. 선진국 길목에 선 우리가 인건비 등 원가 경쟁력에서 중국 등에 뒤지는 후진국형 조선산업을 유지해나갈지,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방향을 돌린다면 현 대형 3사 체제는 여전히 유효한지 등의 정부 판단이 밑그림에 담겨야 한다.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등 다른 제조업 구조조정도 산업 구조 변화를 직시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다각적 고민 없이 ‘단안(單眼)’ 구조조정을 했다가 산업을 망친 단적인 사례가 한진해운이다. 해운은 네트워크 산업으로, 선진국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다. 한국이 키워나가야 할 산업이다. 세계 6번째 수출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초 3000억 원 지원이 아깝다며 세계 7위 한진해운을 파산시켰다. 그러면서 당시 세계 15위인 현대상선을 지원해 ‘해운강국’을 재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4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알짜 북미 항로 점유율도 반 토막이 났다. 한 전직 경제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저주’라고 개탄할 정도다.

이제 우리는 구조조정을 더 이상 요리조리 피해갈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구조조정을 외면하다 문제가 일거에 몰아치면 경제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 금융 긴축기에 본격 들어서면 한계기업의 곡성(哭聲)이 경제 전반에 울려 퍼질 게다. 그나마 세계경기가 좋은 지금 해야 고통도 덜해진다. 외풍이 거셀 땐 집 안에서 군살 빼기에 전념하는 게 상책이다.

한데, 걱정이다. 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가 구조조정과 상극이기 때문이다. 6·13선거는 구조조정 정치화의 화마를 키우는 불쏘시개다. 이쯤에서 ‘착한’ 문 정부에 두 가지 철언을 들려주고 싶다. ‘소선(小善)은 대악(大惡)을 닮아 있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을 닮아 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더 큰 국익을 위해 국민을 설득해 희생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전자는 ‘경영의 신’ 일본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후자는 ‘대통령의 경제학’ 저자 미국의 허버트 스타인 교수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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