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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2일(月)
용서 빌던 성범죄 가해자, 법적 처벌 피하자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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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사정하던 가해자, 합의해주니 태연히 복학
“같은 공간서 다시 마주쳐야 한다는 불안 시달려”
“폭로했다 나만 손해…폭탄 떨어뜨릴 자신 없다”
고발 이후에 대한 제도적 안전 보장 필요한 단계
“피해자가 참으면 된다는 식의 대응이 가장 문제”


“성추행 피해를 당한 이후 가장 끔찍한 것은 가해자와 다시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어요. 잠을 못자고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무서워서 학교를 며칠 결석했어요.”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묻혀있던 피해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폭로 이후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같은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가해자를 봐야 한다는 두려움이 피해자들을 옥죄고 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 A(21)씨는 지난해 학교 페이스북의 대나무숲 페이지에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남들보다 앞서 미투 캠페인을 시작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참가한 학술답사 마지막 날 오전 7시께 같은 학과 선배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잠들어있던 A씨는 몸을 더듬는 손짓에 놀라 벌떡 일어났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어 몸을 피했다.

A씨는 즉시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전달했다. 학교 측은 절차를 밟아 B씨의 퇴학을 결정했다. 경찰에도 신고했으나 초범에 음주상태의 범행으로 벌금형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그래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가해자를 학교에서 계속 보지 않아도 된다면 다른 것은 크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B씨의 어머니와 누나가 쓴 눈물의 사과 편지에 흔들려 합의를 해 준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였다. 퇴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A씨의 합의로 B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소유예를 받자 B씨와 B씨 어머니의 태도는 돌변했다. 석달 후 학교를 상대로 퇴학 취소 소송을 냈으며 강제조정 결과 퇴학이 취소됐다.

A씨는 성추행 폭로 이후에도 다시 B씨와 함께 학교 생활을 해야 하는 악몽 같은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A씨는 “피해 이후 병원에서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라며 “범행이 일어난 시각인 오전 7시면 불안감에 사로잡힌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건국대 측은 퇴학 취소에 불복하는 재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A씨에게 현실이 된 이 같은 피해는 아직 고발을 못한 다른 피해자들이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가해자를 계속 마주치며 끔찍한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동시에 고발로 인한 주위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까지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C씨는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왔던 성추행 피해가 있다. 그러나 C씨는 수많은 고발 속에서도 여전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 제도적인 해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씨는 “이미 주변에 조금씩 말을 흘려봤으나 동정의 시선만 받고 끝이었다. 누구도 폭로를 통해 회사에서 가해자가 제대로 된 징계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난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폭탄을 떨어뜨릴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C씨는 “언론이 미투 고발로 지목되는 당사자의 난처함을 주목하고 있지만 자신의 일상을 걸고 폭로하는 고발자의 상황이 훨씬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캠페인의 긍정적인 방향 속에서도 이제는 제도적인 구제로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일이 필요한 단계라고 조언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정하경주 활동가는 “이제 가장 초점이 돼야 할 것은 피해자들이 즉각적으로 (피해를) 알리고 처리 될 수 있는 구조들이 투명하게 작동 되느냐에 대한 고민”이라며 “피해자가 참으면 된다는 식의 대응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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