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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3일(火)
‘황금빛 내 인생’이 성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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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이 끝났다. 이 작품은 45%에 달하는 시청률로 가히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꿈의 수치인 50%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후반부에 동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요즘 보기 드물게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드라마였다.

아버지가 사업하다 망한 집안의 이란성 쌍둥이 딸인 서지안, 지수의 이야기다. 서지안은 집안 형편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도 못했고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들 용돈까지 챙겨줬다.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헌신했지만 정규직으로 승격되는 마지막 순간에 낙하산에 밀려 오열했다. 그렇게 을이 당하는 서러움을 그리며 작품은 초반에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때 출생의 비밀이 등장했다. 서지수의 재벌가 진짜 부모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서지수를 키운 어머니는 이때 “서지안이 재벌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서지안이 너무나 고생하면서 컸고 사회에서도 비참하게 당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지수는 천하태평한 성격으로 사회생활에도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러움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다. 그래서 이들의 어머니가 진짜 딸인 서지수가 아닌 서지안을 재벌가로 보낸 것이다.

이때부터 작품의 몰입도가 폭발했다. 보통 출생의 비밀이 후반부에 밝혀지는 데 반해 여기선 초반에 드러났다. 그 지점에서 가난한 집 딸을 재벌 딸이라고 속여 보내며 또 다른 출생의 비밀이 만들어졌다. 그조차 몇 회 지나지 않아 밝혀진다. 출생의 비밀이 터진 후 다른 비밀을 만들었다가 곧바로 탄로 나는 그야말로 광속도 진행이었다. 주말드라마지만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속도감으로 젊은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자신이 재벌 딸이라는 걸 알게 된 후 키워준 부모를 버리는 서지수의 심정이 절절하게 그려져 시청자를 격동시켰다. 재벌 집에 간 후 자신이 사실은 진짜 재벌 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을 때의 경악과 조마조마한 심정, 모든 사람이 비밀을 알게 됐을 때의 대충격, 본래의 집으로 돌아와야 하지만 자신이 이미 한 번 버렸던 부모를 떳떳하게 볼 수 없는 심정. 이런 극단적인 정서들이 파도처럼 몰아쳐 시청자의 혼을 빼놓았다. 중반부까지는 최고의 드라마라 할 만했다.

‘황금빛 내 인생’은 또 다른 국민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쓴 소현경 작가의 작품이다. ‘내 딸 서영이’에서도 서영이가 유복한 집안에 시집가면서 가난한 아버지를 부정했다. 딸이 아버지를 부정하고, 그런 아버지의 존재가 시댁에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하고, 마침내 모두가 비밀을 알게 됐을 때 닥쳐온 엄청난 충격. ‘황금빛 내 인생’과 같이 극단적인 정서가 파도처럼 몰아쳤다. 구도가 비슷하다 보니 ‘내 딸 지안이’로 자기복제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두 작품에서 소현경 작가의 이야기 재능이 빛났다.

이들 작품은 모두 아버지의 희생을 그렸다. 딸에게 부정당했지만 딸을 미워하지 않고 끝까지 헌신하는 아버지의 애끊는 부정이다. ‘황금빛 내 인생’에선 암에 걸린 시한부 상태에서조차 딸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 희생으로 흩어졌던 가족이 재건된다.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과 따뜻한 가족의 형성. 바로 이것이 차갑고 외로운 사회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줬다. 극적인 스토리에 따뜻함을 얹은 것이 두 작품의 연이은 히트 배경이라고 하겠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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