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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3일(火)
韓·美 오버페이스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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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美 스탠퍼드대 교수 아태연구소장

당장 전쟁이라도 날 듯하던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일거에 대화 국면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북한의 한국 및 미국과의 정상회담 전략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핵·미사일 실험을 지속하면서도 국면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해 온 북한으로서는 향후 협상도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려 할 것이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운을 띄우고 한국이 거절하기 어려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평화 공세’를 펼쳤다. 한국에 진보 정부가 들어서고, 도박성 딜을 마다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 한 장만으로도 김정은에게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또, 체제 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시키고 한국으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으면 좋고, 설사 그러지 못하더라도 핵·미사일 기술을 완성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대화를 하려 했지만 미국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돌아서면 그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현재의 국면 전환이 나쁘지 않다. 최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치장하면서 11월 중간선거의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 상대를 탓하며 다시 강경으로 돌아서 그동안 공언해온 군사 옵션의 명분을 배가할 수 있다.

결국,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평화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극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이나 미국보다 더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운전대를 잡았더라도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동맹국인 미국과 한 팀임을 분명히 하고 공조에 틈새를 보여선 안 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임기 초반에 이뤄지는 만큼 성과 내기에 조급해하거나 기대치를 너무 높이지 말고, 호흡을 길게 하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기초를 놓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또한, 호흡을 맞춰야 할 미국의 행정부 내에 북한 전문가나 협상가도 적고 섹스 스캔들과 주요 보좌진들의 사임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협상에서 스퍼트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므로 지금은 한국이 페이스를 조절해 가며 리드해 가는 게 급선무다.

북한은 잘 짜인 시나리오와 타임테이블을 가지고 국면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복수의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한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하기를 원했지만, 북한이 4월로 밀어붙였다고 한다. 트럼트가 참모진의 우려와 외교적 관례도 무시한 채 이른 시일 내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배경에도 11월 중간선거 전에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며, 북한은 이러한 정치적 현실도 계산에 넣고 있었을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 페이스에 말려선 안 되고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한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극적인 정상회담 합의에 들떠 한·미 모두 오버페이스 할 위험이 있으므로 당분간은 한국이 차분히 북한의 페이스를 조절해 가면서 미국이 막판 스퍼트를 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핵 문제는 미·북 간 협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므로 메달은 미국에 양보하더라도 한국이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문 정부의 외교는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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