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패럴림픽>‘첨단 전용경기장’서 韓 휠체어컬링 ‘돌풍’ 시작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휠체어컬링대표팀이 지난해 12월 7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전용경기장에서 스톤 통과기문 자동컨트롤 장치를 활용, 훈련하고 있다. 뉴시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휠체어컬링대표팀의 차재관(왼쪽부터), 방민자, 서순석(이상 서울시청)이 13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예선 6차전에서 11-3의 압승을 거둔 뒤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응원에 답례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이천훈련원 최첨단 카메라 설치
선수들 컨디션·스톤 흐름 분석
관중들 대형 사진 걸어 놓고
실전 경기처럼 소음 적응 훈련

핀란드에 11-3 승… 5승 1패
남은경기서 3승 추가땐 4강行

휠체어컬링대표팀이 핀란드를 꺾고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예선에서 5승째를 거뒀다.

스킵 서순석(47), 리드 방민자(56), 세컨드 차재관(46·이상 서울시청), 서드 정승원(60·경기연맹)과 이동하(45·경남연맹)로 구성된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13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예선 6차전에서 11-3으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이로써 5승 1패가 됐다. 오후 경기 일정이 있지만, 오전 기준으로 중국과 함께 공동 1위다. 남은 5차례 예선에서 3승을 추가하면 준결승 진출을 확정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대표팀은 이날 오후 7시 35분 스위스와 7차전을 치른다.

1엔드에서 후공을 잡은 대표팀은 핀란드의 실책을 물고 늘어져 4점을 획득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대표팀은 4-2이던 5엔드에서 다시 4점을 잡아 승세를 굳혔다. 차재관이 7번째 스톤으로 하우스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핀란드 스톤 2개를 모두 제거하는 더블 테이크아웃을 성공했고, 8번째 스톤으로 핀란드의 마지막 스톤마저 내보내며 대량 득점을 올렸다. 차재관은 “더블 테이크아웃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동료들이 상대 스톤을 쳐내기 쉽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한곳을 보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차재관은 “우리의 목표는 4강 진출이며, 일단 4강에 오른 뒤엔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다시 전력을 재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휠체어컬링은 2010 밴쿠버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훈련장소를 구할 수 없어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수영장의 물을 얼려 연습했다. ‘수영장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유.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1월 이천훈련원에 휠체어컬링 전용 경기장이 마련됐기 때문. 바닥면적 4360㎡(1319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이며 4개의 시트가 조성되면서 휠체어컬링대표팀은 훈련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천훈련원 전용 경기장은 첨단 시설을 구비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선수들의 시간대별 컨디션, 스톤의 흐름을 분석하기에 각종 데이터를 훈련에 활용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여자컬링대표팀도 이천훈련원을 이용했다.

휠체어컬링대표팀은 국제대회 참가, 전지훈련을 제외하곤 줄곧 이천훈련원 전용 경기장에 머물렀다. 백종철 감독과 권영일, 황봉경 코치 등 코칭스태프 외에 이윤미 전력분석 코치, 장창용(심리학 박사) 멘털 코치, 김석현 트레이너, 추종우 매니저 등이 대표팀의 조직력을 가다듬는 데 힘을 보탰다. 또 관중들의 대형 사진을 휠체어컬링 전용 경기장에 걸어놓았으며, 응원 함성 등 녹음한 소음을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마치 패럴림픽에서 경기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실전 같은 훈련을 치렀다. 양궁대표팀이 올림픽이 열리는 양궁 경기장 환경과 똑같은 훈련장을 꾸며 실전 같은 훈련을 치르고, 소음에 적응하기 위해 야구장에서 활시위를 당겼던 것처럼 휠체어컬링대표팀도 패럴림픽을 가상한 환경을 구축하고 훈련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컬링대표팀은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며, 경북컬링훈련원에서 훈련한다. 경북컬링훈련원은 바닥면적 5000㎡(1513평)에 지상 2층 규모이며 4개의 시트가 구비돼 있다.

경기 의정부시는 오는 29일 녹양동 실내빙상장 옆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컬링 전용 경기장을 개관한다. 의정부 컬링 전용 경기장은 국제 규격의 시트 6개가 설치됐다.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기에 컬링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은 ‘하드웨어’가 모자란다.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에서 조성된 컬링 열풍이 계속되고,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훈련 장소가 더 늘어나야 한다. 한국에 컬링을 도입한 ‘컬링대부’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원장은 “40억 원 안팎의 비용으로 수준급 컬링경기장을 지을 수 있는 노하우가 쌓여 있다”며 “컬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