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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3일(火)
좋은 미투, 나쁜 미투 따로 있나?…‘미투 감별사’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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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미투’[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 “충족기준 정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일 수 있어”

‘그건 미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어. 미투란 자고로 권력구조에 의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받은 성적 착취여야만 한다고!’

숨 고를 새 없이 쏟아지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 속에 이제는 감별사까지 등장했다. 피해자가 성폭력·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밝히면 이건 미투가 맞아, 저건 미투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품평회가 열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터져 나온 ‘미투’ 사례들이 감독-배우, 교수-제자 등 대부분 뚜렷한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했던 터라 그런 관계 속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면 폭로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연달아 ‘미투’ 혹은 ‘미투’의 연장선에서 촉발된 성 추문 논란에 휩싸인 이후로 이런 경향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트위터 아이디 ‘silver****’는 “미투 운동 가해 요건은 첫째도 반복성, 둘째도 반복성”이라며 “‘한번’이었고 ‘거절’했다면 그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감정 어필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인 성 범행만이 폭로에 의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미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꽁꽁 숨겨왔던 아픈 기억을 드러낼 선택권은 피해 당사자에게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무차별적인 미투 폭로로 인한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 기준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직장인 김모(32·여)씨는 “미투 열풍이 급속도로 번지자 ‘이렇게 하면 미투 대상이냐’, ‘미투하면 안된다’와 같은 말을 종종 듣는데 남성이든 여성이든 저항할 수 없는 성적 폭력을 느꼈다면 자유롭게 할 말을 하는 게 미투 운동이라 생각한다”며 “좋은 미투, 나쁜 미투 구분이 본질을 흐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권모(31)씨는 “사실 20∼30대 남성중에 권력을 이용해 성추행하고 성희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미투를 권력을 이용한 갑질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일상 속에 습관처럼 일어나는 성추행, 성희롱에 대한 고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A(35)씨는 “수년 전, 많게는 수십 년 전 사건에 대한 폭로도 나오고 있는데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남성이 연애 감정을 정말 느껴 어떤 여성과 ‘썸’을 탄 것인데 나중에 그 여성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화자가 아닌 청자가 미투의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투 운동의 창설자인 미국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는 “미투는 성폭력을 겪은 이들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미투가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충족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미투 운동을 하려고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김지영 교수는 “강간을 당하면 미투다, 손만 잡으면 아니다, 여러 번 당했으면 미투다, 한번 당했으면 아니다 등 미투냐, 미투가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을 듣는 사람이 해버린다면 피해자로서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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