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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4일(水)
장벽은 장벽을 낳는 법… 보복 악순환 부를 ‘트럼프 관세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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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⑮ 美 철강관세 행정명령

대공황 악화 1930년 관세법
농업 보호 하고자 시작했지만
되레 수입공산품 관세만 높여

2만개 넘는 품목에 관세 부과
1932년 평균 관세율 59.1%
英·佛·加·獨 등 반발 직면
美 수입의 40% 이상 감소해

정치적 이해에 따른 보호무역
상대국들의 보복관세만 불러


#1.“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며 쉽게 이길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트에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지난주 그는 수입철강에 25%, 알루미늄은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에 글로벌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S&P500은 사흘 동안 1% 이상 하락했고 3월 첫째 주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펀드에서 100억 달러를 회수했다. 철과 알루미늄을 중간재로 사용하고 국가 간 공급망에 의존하는 제너럴모터스(GM) 등 다국적 자동차기업, 캐터필러, 보잉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대신 최대 수혜자인 미국의 철·알루미늄 기업은 올랐다.

미 정부의 관세부과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무역법 421조를 적용, 긴급보호관세를 부과했다. 2002년 조지 W 부시 정부는 지난 1월 트럼프 정부가 한국 및 중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부과한 것처럼 수입철강에 무역법 201조에 의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했다.

당시 부시 정부는 관세율을 최대 30%까지 인상했으나 북미자유무역협정국인 캐나다, 멕시코와 75개 개도국에 대해서 적용을 유예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유럽연합(EU)과 대립 끝에 부시 정부는 승복했다. 이 조치들은 비록 경제적 효율성, 즉 비용과 편익의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없었으나 모두 국내 정치적 현안에 그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1962년 무역확대법 232조에 근거,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관세를 부과했으며 미 국내외 많은 전문가와 기업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오류의 경제’ 작가 A. 비티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하는 트럼프 관세가 광범위한 보호무역주의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 날 선 비판을 했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대로 미국우선주의에 충실했으며 앞으로도 대외정책은 이 기조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신용보험회사 오일러 헤르메스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국가가 내린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467건으로 2016년(827건)보다 감소했으나 미국은 예외(90건)로 전년(84건)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비록 철과 알루미늄이 전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 직접적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이 조치는 9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났던 당시 상황에 대한 기시감(旣視感)을 가지게 한다.



#2. R. 스무트 상원의원과 W. 홀리 하원의원이 주도, 스무트-홀리법으로 알려진 1930년 관세법은 2만 개가 넘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대상 품목의 평균관세율은 40%에서 48%에서 다시 1932년까지 59.1%로 정점에 달했다.

이 법안은 당초 농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서 출발했다. 해외로부터 이렇다 할 경쟁이 없었던 당시 농업을 보호할 뚜렷한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형평성 측면에서 농산물 관세를 공산품 관세 수준에 맞추고자 했다. 당시 공산품에 대한 관세가 농산물보다 두 배가 높았기 때문에 공산품 관세율은 내리고 대신 농산물 관세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세인상은 수입공산품에 대해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1928년 선거유세에서 허버트 후버 대통령 후보와 공화당이 관세를 수정할 것을 약속한 이듬해 후버가 3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하원은 1929년 5월 수입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관세인상을 264대 147로 통과, 선거공약을 지켰다. 상원에서도 많은 상원의원은 자신이 출마한 주(州)의 산업에 대한 이해관계에 따라 표결했으며 44대 42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1028명의 미국 경제학자는 후버 대통령에게 법안에 서명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 가운데는 재무학의 창시자 I. 피셔도 있었다. 이코노미스트지(2008년 12월 18일자)에 따르면 피셔는 청원서에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면, 어떻게 채무를 갚을 수 있는가’라는 요지로 채권국 미국의 입장에서 무역의 중요성을 언급할 것을 제안했다. 공황으로 전 재산을 잃어버렸던 피셔는 청원서 서명을 위한 편지를 전미경제학회(全美經濟學會) 전 회원들에게 보내고 총비용 137달러 가운데 105달러를 부담했다.



#3. 스무트-홀리법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막대한 손상을 입혔다. 1998년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동법으로 평균 관세가 20% 증가했으며 수입품 가격을 5∼6%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미국 수입의 40% 이상이 감소했는데 이 감소분은 대공황에 따른 수입수요의 감소와 교역상대국의 보복에 따른 효과도 합친 것이다. 동법에 따른 무역 감소분만 고려하면 4∼8%로 추정됐다. 한편 당시 관세를 수입가격이 아닌 수입량에 부과한 것을 감안할 때 물가하락에 따른 실효관세율 증가로 인한 추가적인 무역감소분을 8∼10%로 추정, 모두 12∼18%의 수입감소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스무트-홀리법은 즉각 교역상대국의 보복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가장 큰 교역상대국이었던 캐나다는 미국으로부터 수입액의 30%에 이르는 16개 품목에 대해 관세보복을 단행하는 대신 영국으로부터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인하했다. 당시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캐나다 총리는 총선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프랑스와 영국도 보복에 동참했으며 독일은 교역을 단절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림은 1929년 1월부터 1933년 3월까지 75개국 월별 수입액을 보여준다. 이른바 킨들버거 나선이라고도 부르는 이 그림은 당시 얼마나 빠르게 세계교역이 감소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이 쌓아 올린 관세장벽과 교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는 대공황 기간에 미국수출 및 수입감소의 주요 요인이었다. 스무트-홀리법이 대공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무역의 위축으로 금본위제와 균형예산에 대한 잘못된 믿음 때문에 장기침체에 빠진 미국경제는 더욱더 회복하기 어려운 길로 들었다.



#4. 현재 미국은 스무트-홀리법이 시행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개방도가 높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과 수입은 30%에 이르고 있으며 서비스를 제외한 수출, 수입상품만을 고려할 때 20%가 넘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은 전 세계의 10.7%, 선진국의 16.6%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GDP는 구매력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15.5%, 선진국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된 철은 중국이 전 세계의 49%를 차지하는 세계 1위 생산국이며 EU(10%), 일본과 인도(6%), 미국(5%), 한국과 러시아(4%)가 뒤를 잇고 있다. 철은 건축, 인프라(50%), 기계장비(16%), 자동차(13%), 선박, 철도 등 운송수단(5%)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철 수입국 미국은 지난해 290억 달러를 수입했다. 미국에 철을 수출하는 나라 가운데 캐나다(55억 달러)가 17%로 가장 압도적이며 한국(31억 달러), 멕시코, 브라질, 중국 순으로 수출하고 있다. 수입관세의 부과로 이미 수입규제를 받고 있는 중국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관세부과로 미국은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철을 수입하고 중간재로 사용하는 미 제조업은 관세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14만 명을 고용하는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철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650만 명이 일하는 산업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국적으로는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이 조치로 철강노동자들의 고용이 늘어날까? 지난해 블룸버그는 15세기부터 시작해 20세기 초 유럽의 가장 큰 제철소가 있던 오스트리아 도나비츠의 한 공장에서 14명 근로자가 연간 50만t의 철강을 생산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1960년대 지금보다 질이 떨어지는 철강을 1000명이 생산한 것에 비하면 생산성이 7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 CEO는 자동화로 블루칼라 고용은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5. 보호무역주의는 쉽게 연쇄효과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우선 미국에 대한 수출을 다른 나라로 전환할 때 그 나라 정부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관세장벽을 쌓을 가능성이다. 나아가 철과 알루미늄이 광범위하게 중간재로 사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 조치로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각종 기계장비, 항공기, 가전제품, 캔 등 완성품 가격이 동종 수입재 가격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공정한’ 무역을 위해서 또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더욱이 현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교역상대국이 미국을 상대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할 때 보호무역주의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미국에 대해 교역상대국도 같은 이유로 관세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과 EU는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으며 벌써 언론은 데이터, 정보통신과 같은 기술에 기반을 둔 지적재산권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뛰어난 협상가답게 한발 물러섰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에 조건부면제를 해주고 군사동맹국에 대해 면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말에 교역국들은 비난을 멈추고 미국에 매달리고 있다.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스무트-홀리법에서 보듯이 국제무역은 손쉽게 정치적 이해관계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있다. 비록 종국에는 모두가 손해를 보더라도 비난의 화살을 나라 밖으로 돌릴 때 애국(愛國)이라는 명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분쟁이 글로벌 경제로 확산된다면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고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지난주 칠레에서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 11개국이 서명하는 행사를 가졌다. 언론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영국도 이 다자간 협정에 포함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리에게 물론 자유무역협정(FTA)은 중요하다. 그러나 개방적이고 정해진 룰에 기반을 둔 다자간 자유무역체제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문화일보 2월 21일자 28면 14회 참조)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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