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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4일(水)
‘동남아 小패권’ 베트남-美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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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美 항모 43년 만에 베트남 기항
다낭港 미군 기지 임차 가능성
北의 베트남 모델論까지 대두


지난 5일 베트남 해군 3지역사령부 모항(母港)인 다낭으로 미 해군 7함대 소속 칼빈슨호 항공모함 전단이 입항했다. 항모 칼빈슨호는 다낭 해안에서 1㎞ 떨어진 지점에 닻을 내렸으며, 순양함 레이크 섐플레인호와 구축함 웨인 메이어호는 다낭 테엔사항에 정박했다. 전단 소속 미군 장병 3000여 명이 다낭 시내로 쏟아져 들어왔으며, 곧 시내 주요 호텔 객실은 미군 장병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날 오후 7시 30분 다낭을 관통하는 한(汗)강변에서 칼빈슨호 소속 악단의 공연이 시작되자, 다낭 시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노이 봉 따이 런’(크게 둥글게 손을 잡자)을 함께 부르며 열광했다.

미 항모가 베트남에 기항한 것은 베트남전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종신 집권을 가능케 하는 헌법 수정이 이뤄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과 같은 5일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 패권을 견제하겠다는 베트남의 의도를 읽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에 군사동맹까지는 몰라도, 베트남 항구를 미 해군 기지로 임차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미·베트남 군사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다낭이 유력 후보지다. 다낭 항구와 공항 자체가 베트남전 당시 미군 기지용으로 건설됐다.

베트남 해군 4지역사령부 주둔지인 깜라인도 후보지 중 하나다. 킬로급 잠수함 6척의 모항인 깜라인은 베트남전 당시 미 해군 기지였다가, 1979년 25년 임차 협약으로 소련 해군 기지가 됐던 곳이다. 당시 베트남이 소련 해군을 불러들인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1979년 2월 17일 중국군이 베트남을 전면 침공함으로써 중·베트남 전쟁이 발발했었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은 베트남이 연임대료 2000만 달러를 요구하자, 2002년 5월 철수해 버렸다.

베트남 인구는 9500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아직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어 곧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최근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7%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리고 상비군 42만 명, 예비군 300만 명의 지상군을 보유하고 있는데, 젊은 층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구 구성으로 병력 충원에 자신감을 보인다. 지역 방어 위주인 수도방위사령부와 7개 군관구 병력 이외에, 기동군 4개 군단을 별도로 유지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프랑스·미국·중국을 차례로 격퇴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해군도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을 도입하는 등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 개발과 군 현대화를 위한 도움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면, ‘동남아 소(小)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 미국의 교전국이었던 독일과 일본도 미국의 경제 원조로 일어났으며, 지금도 미군 기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 베트남에서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추구가 노골화하면서 이를 견제할 해군력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높은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 때문이다. 베트남의 1위 수입국은 28.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다. 대부분 저가 생필품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흔들리면 베트남 서민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2위는 18.3% 한국, 3위는 13.8% 아세안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대중 수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1위 미국 21.8%, 2위 유럽연합(EU) 19.3%인 데 비해, 3위 중국은 12.4% 정도다. 이에 베트남은 지난 8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일본·캐나다·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서명했다. CPTPP는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이 지난 2016년에 서명한 기존 TPP 협정 내용을 최대한 유지한 채 명칭만 바꾼 것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태평양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으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CPTPP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그 전망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5000여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남방경제협력을 위한 핵심 국가다. 또, 많은 한국인이 혼인관계를 맺고 있는 ‘사돈 국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베트남과의 협력은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미·북 정상회담이 거론되면서, 북한이 베트남처럼 친미 노선을 취하며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하는 화두(話頭)가 나오고 있다. 아직 사회과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공상과학적 상상에 가깝다. 그러나 친중 국가 캄보디아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은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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