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의 봄’>“평화협정·비핵화 동시 추진 선호” ‘둘다 무산’ 위험 안고가는 文정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선수들 힘내세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예선 경기를 관람하며 참가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北 엇박자 발생 가능성 우려
비핵화 탓 평화협정도 못할수도

오는 4월과 5월에 각각 열리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와 미·북 평화협정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 의제의 추진 속도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미·북 중재 외교에 나선 문재인 정부는 두 의제 동시 추진을 선호하고 있지만, 자칫 엇박자가 날 경우 협상 자체를 물거품으로 만들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추진하는 것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그러나 동시 추진이 가능할 수만 있다면 우리 정부는 이 방향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극적으로 남북, 미·북 대화 국면이 조성된 만큼 이런 분위기가 가라앉기 전에 두 사안을 동시에 추진해 대북 대화의 목표점인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최단기간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북한, 미국(유엔군)과 함께 6·25전쟁의 정전협정 당사자 중 하나인 중국도 이 같은 방향을 선호하며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2일 방중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 동시 진행)에 각국의 유익한 제의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길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비핵화·평화협정 동시 추진은 ‘동시 지연 또는 무산’이란 맹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의를 의심하면서 비핵화 ‘사전조치’를 강조하고 있어 비핵화 논의에서 미·북 간 엇박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도 미국의 대북 압박이 해소될 기미가 없다고 느끼고 대화의 판을 흔들 여지도 남아 있다. 이 경우 자칫 비핵화 문제는 물론 평화협정 논의까지 지연·무산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가지 사안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아직은 선후 관계를 확정적으로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남북 정상회담 후에 비핵화와 평화협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