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19곳 vs 大田 0곳… ‘지역인재 의무채용’ 逆차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시 반곡동 ‘나라키움 세종 국책연구단지’ 전경. 교통연구원 등 수도권에서 이전해온 12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들어서 있다. 세종시청 제공

- ‘권역화 방안’ 필요성 제기

특별법 따라 18% 고용 필수
세종, 2개 대학이 독식 구조
11개大 대전, 대상 기관 없어

혁신도시 있는 곳에만 法적용
“모순적 제도에 대전지역 피해
충남까지 한 권역으로 묶어야”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 채용제를 놓고 대전시와 세종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각급 공공기관이 몰리는 세종시의 경우 겨우 2개 대학이 지역인재 채용 기회를 독식하는 반면 11개 대학에 10만 명에 달하는 대전권 대학생들은 이 제도를 통해 취업에 도전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1곳도 없기 때문이다.

15일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 혁신도시와 세종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중앙행정기관 제외)은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해당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18% 이상으로 하고, 채용 실적도 매년 공개해야 한다.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은 오는 2022년까지 30% 선까지 높아진다.

이 제도 시행으로 비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의 공기업·공공기관 취업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대전 지역 대학생들만 유일하게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을 겪고 있다. 이 지역에 혁신도시가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들어선다는 이유로 대전·충남은 혁신도시 조성 대상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의무채용제의 적용 대상 기관을 혁신도시법에 따라 이전하는 공공기관 109개로만 한정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대전에는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수자원공사, 조폐공사 등 4개 공기업·공단과 26개 정부출연 공공 연구기관이 즐비하지만, 정부의 수도권 분산 정책의 하나로 오래전에 이전한 기관들로 혁신도시법과는 무관하다. 이에 따라 지역인재 의무 채용도 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에 지원한 전남대 졸업생은 올해부터 이 같은 혜택을 받지만, 대전의 철도공사에 지원한 충남대 졸업생은 아무런 혜택을 볼 수 없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송민수(26·한남대 경영학과 4년) 씨는 “균형발전정책으로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대전권 대학생의 경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지역인재 의무채용제의 모순으로 오히려 역차별을 겪고 있다”며 “지방이지만 대전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은 지역인재가 아니란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전시는 이 같은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대전·충남·세종을 한 권역으로 묶어 채용지역 범위를 넓히자는 ‘권역화 방안’을 제시했다. 대전·충남의 경우 세종시 출범으로 혁신도시 조성에서 제외된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3개 지역 대학생들이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은 이미 협약 등을 통해 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지역 대학생 취업 혜택을 상호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세종시의 어정쩡한 태도다. 지난해까지 세종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중앙부처 제외)은 19개다. 하지만 세종시의 4년제 대학이 2곳(재학생 1만3000여 명)에 불과한 상태다. 세종시 관계자는 “지역인재 채용 범위를 논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며 “이전기관에서 석·박사급 인재를 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역 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는 규모가 생각보다 적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인재 취업대상 기관이 2개에 불과한 충남도는 권역화에 찬성하고 있다. 충북에도 참여를 제안했지만, 자체 혁신도시가 있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세종시에도 대전권 대학 재학생이 많이 살고 있다”며 “세종시와의 상생 논의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대전 소재 공공기관도 혁신도시법상 이전 기관에 준하는 지역인재 채용제를 실시하도록 정부에 건의,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세종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