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트럼프 제대로 알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파급력을 ‘해리 포터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한 화제의 책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한국어판이 이번 주 은행나무에서 출간됐습니다. 국내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가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 18개월 동안 고위급 참모진 대부분과 그들이 교류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백악관 내부를 파헤친 책입니다. 출간 전 백악관이 출판 금지를 요청하면서 판매에 불이 붙어 출간 1주일 만에 140만 부가 팔렸습니다. 울프의 첫 인터뷰는 2016년 5월 베벌리힐스 트럼프 자택에서였습니다. 당시 울프는 트럼프 당선을 예상치 못했는데 트럼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트럼프는 “우리는 모두 형편없는 패배자”라는 말을 달고 지냈고 스스로 패배를 예측해 ‘힐러리에게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말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선됐고 취임 후엔 통제되지 않는 분노와 원한을 일상적으로 터뜨리는 것이 통치의 근본적 혁신이 됐다고 합니다. 책은 이렇게 트럼프 당선 전부터 취임 후 9개월여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총망라해 그 내막을 전합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참모들이 벌인 난맥상,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벌였던 권력 투쟁도 긴박합니다. ‘이해 불가의 선택’과 ‘전략적 우왕좌왕’이라는 평가를 오간 트럼프 행보에 맥락을 부여하는 이해도 시도합니다. 그러면서도 책은 그저 후일담에 그치지 않습니다. 울프는 워싱턴의 외부인,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 우선주의에 주목해 트럼프 행정부가 좌초할 순 있어도 그가 물꼬를 튼 극우의 줄기는 유효할 것으로 봅니다. 배넌, 프리버스를 포함해 책에 등장하는 상당수의 참모와 내각이 떠났고, 미·북 관계 등 새로운 정황으로 지금 현실은 책에서 멀리 와 있습니다. 하지만 책이 보여주는 것은 그저 취임 전후 18개월이 아니라 그 18개월에 드러난 트럼프와 그의 백악관을 움직이는 작동 원리라는 점에서, 오늘의 뉴스가 어제의 뉴스를 밀어내는 속도전 속에서도 꼭 읽어볼 목록입니다.

책은 전 세계 35개국에서 출간 계약을 맺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출판사 간 경쟁을 벌였지만 내용의 시의성 때문에 미국 출판사(Henry Holt and Co.)가 계약을 서둘러 상대적으로 출판사 간 경쟁으로 인한 저작료 상승 전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작권료는 빅 타이틀 수준인 5만∼10만 달러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나무는 출판 시장 등을 고려해 화제작 치고는 소박하게 초판 7000부를 찍었습니다. 가벼운 에세이와 실용서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장악한 요즘, 이 글로벌 초대형 화제작이 우리 독자에게는 어느 만큼 호응을 얻을지 궁금합니다. 492쪽, 1만7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