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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6일(金)
청년 일자리 대책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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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경제산업부장

임금 격차 메우는 건 임시방편
中企 성장 확신 주는게 正攻法
생존율 낮은 청년 창업도 한계

제2 삼성, 현대차 나오도록
기업성장판 닫은 규제 풀어야
재정만 축내면 지속 불가능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도 어김없이 정부냐, 시장이냐 논란이 있다. 정부는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또 내놨는데, “일자리를 시장과 민간에만 맡기지 말라”는 문재인 대통령 질책의 연장선에 있다.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해 수급 불균형(시장 실패)을 해결하겠다는 충정을 이해하더라도 ‘나랏돈 퍼주기’란 비판은 피할 길이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발표를 하루 앞두고 SK를 방문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시장과 기업이다. 정부가 단기적인 정책 수단을 동원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사정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 의도는 청년실업의 가장 큰 요인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나랏돈으로 메워서 대기업(평균 3800만 원)과 중소기업(2500만 원) 간 임금 격차를 줄여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미스 매치로 청년 일자리가 20만 개나 있으니, 정부 재정만 받쳐준다면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중소기업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일자리의 원천”이라는 관점도 타당하다. 하지만 임시방편이 될 수는 있어도 정공법은 아니다. 과도한 정규직 보호와 노동개혁 부진, 관성화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의 ‘미래’가 빠져서다. 기업의 성장 전망을 확신한다면 청년들이 당장의 월급 수준만 따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기업과의 임금, 복지 격차를 감내하고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도전할 게 분명하다. 청년들에게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한시적(3∼4년) 월급을 대신 준다고 하기 전에, 중소기업의 앞날을 매력적이게 만들어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작 근본 문제는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가는 경로에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 더미가 덮친다. 대기업이라서 받는 규제는 39개 법률에 걸쳐 총 81건이다. 중소기업일 때 누렸던 127가지의 금융지원제도와 65가지의 세제 지원 혜택도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회사를 키우기보다 적당히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중소기업주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런 기업에 취직한 청년들에게 임금을 보전해준들 과연 희망이 있겠는가.

청년 창업 대책도 번지수가 틀렸다. 기업 1곳이 창업하면 고용 인력이 2∼3명이라는 게 정부가 내세운 근거다. 지난해 9만8000개 기업이 새로 생겼는데, 올해는 12만 개 이상을 만들어보겠다며 갖가지 지원책을 내놓았다. 창업만 해 놓으면 저절로 굴러가는가. 청년 창업은 이미 활성화돼 있다. 25∼34세 청년층이 창업한 기업 중 신생 기업(42개월 이내) 비율은 2016년 4.7%에서 2017년 12.8%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기업주가 30대 미만인 기업의 5년 생존율(기업생멸행정통계)은 16.2%로, 전체 기업 생존율 27.5%에 비해 상당히 낮다. 1년 생존율은 53.4%로, 절반 가까이는 한 해도 못 넘기고 문을 닫는다. ‘청년 사장님’을 부추기는 것보다, 기존 젊은 사장님들이 회사를 키울 수 있게 하는 게 급선무다.

결국은 중소-중견-대기업의 성장 사이클 활성화가 일자리 창출의 근본 대책으로 귀결된다. 이근 서울대 교수 등이 주창하는 기업 선순환론이다. 정부는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면 기술탈취,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며 부정적으로 몰아가기 일쑤인데 오히려 그걸 장려해야 선순환이 일어난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마켓(exit market)을 규제하면 할수록 유망한 벤처기업이 신규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고, 기업 성장의 길은 요원해진다.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낮다고 지적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업 성장판이 닫힌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산업 중 대기업 비중은 0.08%로, 1만 개 기업 중 8개에 불과하다. 대기업 비중 1위 스위스는 78개, 2위 미국은 59개로 우리의 9.8배, 7.4배에 달한다. 한국은 대기업 수가 적으니 당연히 대기업 고용비중도 12.8%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제2의 삼성, 현대차가 나와야 ‘진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말이다.

일자리 창출에서는 정부도, 시장도 제 역할이 있다. 또 지속 가능해야 하고, 양질이어야 한다. 김 부총리가 강조한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대응’은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라 곳간만 축내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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