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달라진 농·어촌>농협 농산물 예상 수매금 선지급 ‘농업인 월급제’ 확산

소득 적은 4월 ~ 9월 미리 줘
지자체선 정산 뒤 이자 지원

경북 군위군 의흥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 모(54) 씨는 오는 5월부터 6개월 동안 매달 145만8000원의 월급을 받는다. 그는 지역 농협에 벼 250포대(1포대 40㎏)를 출하하기로 하고 총 출하 예상액에서 미리 일정액을 월급으로 나눠 받기로 했다. 김 씨는 “매년 벼 수확기까지 돈이 씨가 말라 은행에서 대출을 했지만 앞으로는 달마다 일정 수입이 생겨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농민들도 월급을 받는 시대를 맞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농협과 협약을 맺고 수확기에 편중된 농민 소득을 월별로 나눠 미리 지급하는 ‘농업인 월급제’가 확산하고 있다.

1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농업인 월급제는 인천·광주·경기·경북·전남 등 전국 9개 시·도, 23개 시·군이 시행하고 있다.

충남 청양군과 경북 울진군 등은 내년 시행을 위해 ‘농산물 대금 선지급제 지원에 관한 조례(농업인 월급제)’를 최근 제정했다. 이 제도는 약정을 체결한 농협이 소득이 적은 4월부터 9월까지 재배 농작물 예상 소득액 가운데 일부를 나눠 매월 100만~300만 원을 농업인에게 지급하고, 지자체는 수확한 농작물을 수매해 정산한 농협에 원금에 대한 이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대상 품목도 벼, 감자, 배, 사과, 고추, 포도, 복숭아 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농업인 월급제는 경기 화성시가 지난 2013년 전국 처음 도입했다. 화성시에 따르면 당시 36개 농가에서 올해는 4.8배 증가한 173개 농가가 도입했다. 경북에서는 군위군과 봉화군이 올해 시행에 들어갔다.

군위군 관계자는 “이 제도는 농업 소득의 안정적 배분으로 가계 부채의 한 원인인 수확기 편중된 농산물 출하 문제를 해소하고 계획적인 농업 경영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군위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