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교육비 역대 최고…평등지상주의 집착해선 못 줄인다

초·중·고 학생의 지난해 월 평균 1인당 사(私)교육비가 전년보다 5.9%(1만5000원) 증가한 27만1000원으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였다고 한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전국 1484개 초·중·고 학부모 4만 명 대상의 ‘2017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규모도 2009년 21조6000억 원 이후 줄어들다가, 2016년 소폭 상승에 이어 지난해엔 더 크게 늘어나 18조6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 수는 전년보다 15만9750명(2.7%) 감소했는데도 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 대책이 빗나간 사실을 입증한다.

공(公)교육 부실과 사교육 성행은 비례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수준별 맞춤형으로 공교육 경쟁력을 키우긴커녕 연목구어(緣木求魚) 식의 평등지상주의 발상에 집착해왔다. 학업 경쟁을 죄악시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 변별력조차 최소화하기 위한 절대평가 확대 추진도 그중의 하나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 사교육비 총액이 지난해에 전년보다 2.2% 줄었으나, 국어는 11.1%, 수학은 0.6% 증가했다. 모든 수능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꿔도 사교육이 사라지진 않는다. 다른 전형 요소에 대한 사교육이 더 성행하게 마련이다. 대학에 제비뽑기로 학생을 선발하게 할 순 없다. 그건 전형도, 교육도 아니다.

수월성 교육기관인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의 사실상 폐지를 추진하는 것도, 학생의 학력 수준에 따른 우열반 편성·운영을 금기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학생과 뒤처지는 학생을 뒤섞은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수업하는 것은 사교육 의존을 더 부추기는 식이다. 수요가 급증하는 예체능 교육도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의 수준별 확충 등을 통해 공교육 영역으로 최대한 흡수하는 것이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