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금지 첫 주말… 북한산 곳곳서 ‘술판’

‘시산제 음복’ 등 핑계 마셔
9월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
단속요원에 행패땐 과태료

자연공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국립공원에서의 음주가 금지됐지만, 시행령 발효 이후 첫 주말인 17일 북한산국립공원에서는 술을 마시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날 북한산 곳곳에선 한 해 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시산제(始山祭)가 열렸다. 등산객들은 시산제를 위해 챙겨온 막걸리, 소주와 함께 족발 등 안주를 곁들여 ‘음복’을 핑계로 술을 마셨다. 북한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등에는 “시산제를 한 뒤 음복을 해도 되느냐”는 문의가 오기도 했다. 북한산 영봉 정상 헬리콥터 착륙장에서는 10여 명의 산악회 회원이 시산제를 지낸 뒤 술을 마셨다.

등산객들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적발될 걱정을 하지 않고 평소처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실제 이날 북한산국립공원에는 50여 명의 직원이 출근해 평소 업무도 하면서 계도 활동도 진행하느라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주말 하루 방문객은 3만5000여 명에 이르고, 78.5㎢에 달하는 넓은 지역을 완벽하게 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9월까지 6개월 동안은 계도 기간이어서 술을 마시다 걸려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를 악용해 여전히 술을 마시는 일부 등산객도 있었다. 처음부터 술을 마시려고 작정하고 산행을 온 경우다. 친구 3명과 함께 북한산을 찾은 유모(75) 씨는 정상인 백운대에 올라 챙겨온 소주를 마셨다. 유 씨는 “원칙적으로 산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한두 잔 정도 조금씩 나눠마시면 괜찮지 않으냐”며 “힘이 들면 들수록 술도 더 맛이 난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산을 찾은 정모(54) 씨도 “방금 복분자를 한잔했는데, (음주 금지로) 산을 즐기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산을 즐기는 방법이 개인마다 다른데, 국가에서 일방적인 규율을 세우는 건 성급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음주 금지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는 등산객도 적지 않았다. 우선 단속 요원의 계도를 거부하고 행패를 부리거나,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면 계도기간 중에도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시행 초기 적극적인 단속보다는 계도 활동에 초점을 맞춰, 등산객들이 자발적으로 음주 문화를 바꿔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음주 금지 구역에서 술을 마시면 1차 적발 때 5만 원, 2차부터는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