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 양보하고 수兆 청구서 내민 한국GM 노조

임금동결·성과급포기 대가로
4500억 주식 배분 등 요구
“복리후생 감축도 양보 못해”
사측 “6000억 비용절감 필요”
오늘 예정된 노사교섭 불발

한국지엠 노조가 임금 동결, 성과급 포기로 1800억 원을 양보했다며 주식 배분, 신차 8종 이상 투입 등 수조 원대 청구서를 내민 가운데 19일 노사교섭도 물 건너가는 등 노사 교섭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 노동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5일 확정한 올해 임금 동결 및 성과급 포기, 희망퇴직 등으로 약 4000억 원 비용절감 효과를 보게 된 만큼 복리후생 감축 등은 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가운데 2200억 원은 희망퇴직에 따른 인건비 감축분이다. 올해는 당장 2500명에게 평균 2억 원씩 오히려 5000억 원 안팎의 비용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노조는 1인당 1050만 원 성과급 포기로 1570억 원, 최근 3년 평균임금 인상액 5만9249원을 포기해 250억 원을 절감했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4년 간 3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회사에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비판이다. 반면 회사 측은 연평균 영업손실에 해당하는 6000억 원 가량의 비용절감이 필요해 복리후생비 감축이 불가피하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가 임금 동결 등의 대가로 내건 장기발전방안 요구안을 보면 수조 원대 비용 부담이 필요한 내용이 수두룩한 점도 향후 교섭에 난항이 예고되는 이유다. 당장 GM(제너럴모터스) 본사가 3조 원 출자전환 시 직원 1인당 3000만 원씩 배분해달라 노조의 요구한 부분만 4500억 원에 달한다. 또 신규 생산 시 차종당 평균 2000억 원 안팎의 시설투자가 필요한 신차 8종의 국내생산 확약을 요구했다. 자율주행차 등 GM의 미래형자동차를 한국에서 개발, 생산하라는 요구 역시 현실성이 없다. 여기에 쉐보레 유럽 판매망 확대 및 재개를 비롯해 군산공장 재가동, 내수판매 20% 확대 등도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내용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15일 임단협 요구안 확정에도 16일에 이어 19일에도 회사 측 교섭 요청에 응하지 않아 빨라야 20일 이후에야 5차 교섭이 시작될 예정이다. 노조가 14일 시작한 산업은행 경영 실사 후 문제 있을 경우 경영진 책임 등을 교섭조건의 하나로 내걸어 실사가 끝날 때까지 교섭 공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동걸 산은 회장은 19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노조 집행부와 만나 해외매각 동의를 직접 설득한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체불임금 지급, 전직 및 재취업을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 마련 등 근로자 지원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은 노조가 30일까지 해외매각(더블스타)과 자구안에 대해 합의하지 않으면 즉시 자율협약절차를 중단(법정관리 수순)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할 방침이다.

김남석·황혜진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