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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9일(月)
청년 ‘선동’보고 한눈에 반한 여우… ‘선녀’와 삼각관계 이루며 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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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소설 ‘임씨삼대록’ 표지와 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 조선시대 소설 ‘임씨삼대록’

황실가문 딸로 태어난 여우
요괴 성품 못 버리고 ‘발악’


남녀 간에 사랑의 인연이 정해질 때, 어디선가 나타난 큐피드는 남녀의 가슴에 화살을 쏘아 상대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도 이런 존재가 있다. 바로 월하노인(月下老人)이다. 월하노인은 천정인연(天定因緣·하늘이 정해준 인연)인 남녀의 발에 붉은 실을 묶어 부부의 연분을 정해 준다는 전설 속의 인물이다. 월하노인의 점지처럼 천상의 인연이 연결돼 아무 문제없이 부부의 연을 맺으면 좋겠지만, 아름다운 사랑에는 훼방을 놓는 인물이 등장하고, 두 사람은 시련을 겪고 나서야 더욱 공고한 사랑을 확인하곤 한다.

조선시대 장편소설 ‘임씨삼대록’에는 임씨 집안의 6남매가 각각 배우자와 인연을 맺는 과정을 소재로 한다. 이 소설에는 옥선군주로 변신한 여우가 등장하는데, 이 여우가 청년 선동을 보고 한눈에 반해 월하노인이 그의 인연을 맺어줄 때 훼방을 놓게 된다. 결국 천상의 인연인 남녀 사이에 사람이 아닌 여우 요괴가 끼어들어 버린 것이다. “월하노인이 선동과 선녀의 발목에 붉은 실을 매어 주었다. 이때, 갑자기 음산한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검은 안개가 자욱하더니 비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뒤로 한 마리 은색 여우가 나타나 털을 세우며 흉악한 소리를 지르고, 두 머리와 아홉 꼬리를 흔들면서 입으로 누런 안개를 토했다. 그리고 한 번 소리를 지르자, 집채만 했던 몸이 문득 완연한 미인으로 변신했다. 곧바로 노인에게 달려들어 선녀에게 맨 붉은 실을 끊으려 하니, 노인이 웃으며 실의 한 끝을 풀어 그 여우에게 매어 주었다.”(임씨삼대록 중)

선동과 선녀, 그리고 옥선군주로 변한 여우는 천상의 인연으로 삼각관계가 된다. 여기 등장하는 여우는 돌 상자 속에 갇혀 지내던 미물인데, 인간인 선동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사달이 나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하늘이 맺어준 인연은 선동과 선녀만이 아니라 여우와도 맺어졌다. 남녀 주인공의 액운으로 인연이 꼬여버려 요괴와 악연으로 연결돼 버린 것이다. 선동과 선녀가 인간으로 환생하자, 여우 역시 인간으로 몸을 바꾼다. 게다가 황실 가문의 딸이자 경국지색의 미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렇다고 여우가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을까?

여우는 옥선군주라는 인간으로 환생하지만 전생의 요괴적 성품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권력을 이용해 선동의 가정을 깨고 강제로 혼인하고, 본부인인 선녀를 죽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할아버지를 죽이려 하고,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첩을 무참히 칼로 찔러 죽이기까지 한다. 자신의 이런 죄상이 모두 밝혀지자, 오랑캐 나라로 도망쳐 전쟁을 일으킨다. 하지만 결국 붙잡혀, 황제의 명으로 저자에서 목이 잘려 죽으며 광란의 사랑이 끝난다. 인간으로 환생한 여우는 타고난 질투심으로 선동, 선녀 부부를 이간질하고 선동을 독차지하는 데 일생을 바친다. 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발악하는 모습이 단순히 사랑받기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처절하고 불쌍하기까지 하다.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것이 삼각관계다. 어쩌면 진부한 패턴이라고 볼 수 있는 삼각관계는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진다. 고전소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처럼 전통시대에도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소설의 인기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인간의 삼각관계에 진짜 여우 요괴가 끼어든다는 설정은 참신하고도 특이하다. 인간과 여우 요괴의 삼각관계는 ‘임씨삼대록’ ‘구래공정충직절기’에도 나온다. 삼각관계에 끼어드는 악녀의 이미지가 여우와 그렇게 닮은 걸까?

이후남 고전소설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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