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하나의 중국’ 거부하는 美…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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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며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미·북 회담 등 다양한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화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더불어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등 일련의 무역전쟁 선포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관심사항이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도 매우 민감한 외교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주목해볼 만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마찰은 경제나 인권 등 기존의 단순한 갈등이 아닌, 훨씬 민감하고 근원적인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루어지는 듯해 2주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 어쩌면 하나의 자그마한 사건이 미·중 간의 새로운 외교전쟁의 서막을 알리고 미·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의 법안 통과에서 비롯됐다. 미국 상원의회는 지난 2월 28일 ‘대만(타이완)여행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월 초에 하원의회를 이미 통과한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서명이란 형식적인 절차만 남은 상태다. 이에 중국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발끈하고 나섰다. 반발의 정도는 심지어 “단교”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정도로 거센 상황이다. 도대체 무슨 법안이기에 중국이 이렇게 격분했을까 궁금한데, 대만여행법이란 미국인이 대만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게 보장하는 매우 단순한 법안이다. 아니 미국인이 대만을 여행한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하겠지만 그 속사정은 이렇다.

대만여행법의 핵심은 미국과 대만 양국의 ‘고위공직자’가 자유롭게 상대 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에 있다. 여기서 ‘고위공직자’는 관료, 장교, 정치인 등으로 공식적인 정부 라인의 인사를 가리키며 이들의 상호 방문을 허용한다는 의미다. 물론 그전에도 미국과 대만의 민간인은 조건만 되면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를 대표하는 공직자는 방문이 제한됐고, 상호 방문을 희망하면 미·중 사이에 마찰이 있어 왔다. 따라서 많은 대만의 지도자가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중국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중국의 반발에 함께 반발하는 여론이 존재했으나, 미국 정부는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이곤 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이에 대해 아예 공개적인 법적 허용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 반발하고 나서는 것일까? 그 내막은 이렇다. 중국 외교에 있어서 첫 번째 원칙은 “하나의 중국”이다. 예외 없이 적용되는 원칙으로 모든 국가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중국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대만과는 단교하라는 뜻이다. 이 원칙을 받아들이고 중국과 수교한 모든 국가는 대만과는 공식적으로 단교했고 민간 교류만 진행하고 있다. 민간 교류조차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데, 정부를 대표하는 고위공직자의 대만 방문은 아예 허용되지 않았다.

‘대만여행법’은 이런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결정이다. 이는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 수면 아래 있던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근본적인 마찰이 공개되는 사건일 수도 있다. 특히 강한 중국을 제창하며 진정한 일인자로 떠오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대내외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과연 미·중 관계에 어떠한 바람이 일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