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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19일(月)
남북 정상회담 앞의 불길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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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北核 협상 前 주한미군 철수론
北·中·러 주장에 트럼프 장단
키신저의 美·中 빅딜론인가

北核보다 미군철수가 더 심각
트럼프 의도 정확히 파악하고
국내 철수론자들도 경계해야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일본·러시아까지 적극적으로 관련 논의에 뛰어들고 있다. 판이 갑자기 커지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혼란스러워진 상황 속에, 불길한 신호 하나가 끊임없이 깜빡거리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론이다.

신호는 여러 곳에서 나온다. 주한미군 철수는 원래 북한의 단골 메뉴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과의 평화협정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다. 미국과의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은 반드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 주한미군이란 걸림돌부터 제거하려 한다. 러시아도 동북아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적 목표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주한미군 철수론에 자꾸만 장단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한미군 주둔경비 분담이 불공정하다며, 최근에는 통상 적자가 크다는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부인했지만, 심상치 않은 대목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게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한다. 키신저는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빅딜(big deal)’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얼마 전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키신저를 찾아간 적이 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받는 압박이 너무 심하다며,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진심이라면 북한으로서는 놀라운 변화였지만, 키신저는 흘려들은 것 같다. 키신저에게는 한국이나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가 전략적 판단의 기준인 것이다. 트럼프도 그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보다 미국의 이익, 안보보다 통상을 중시해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그리고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통상 문제부터 꺼냈는데, 옆에서 듣기 민망할 정도로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에서 지면 재선은 고사하고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만일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가 나오지 않고, 북한을 공격하는 것도 여의치 않으면, 트럼프는 한국에 책임을 미루며 안보와 통상에서 ‘과격한’ 조치를 취해 미국 유권자들의 눈길을 돌리려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북한 문제는 중국과의 빅딜을 통해 해결하려 할 수도 있다.

키신저는 북한 핵과 주한미군을 같은 비중으로 봤지만, 한반도 지정학(地政學)에선 북핵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이 훨씬 크다. 물론 북한 핵은 큰 위협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또 중국, 러시아는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기에는 너무 강한 나라다. 결국, 세력 균형은 유지된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는 동북아에서 ‘게임 체인저’에 해당한다. 커다란 권력의 공백이 생긴다. 북한은 곧바로 또 다른 남침을 노릴 것이고 중국, 러시아, 일본은 한꺼번에 한반도로 달려들 것이다. 1949년 6월 30일 주한미군 철수가 완료됐고, 꼭 1년 만인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났다.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나오는 것은 한·미 관계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미국이 △동북아 균형자론 △작전계획 5027 유출 △전략적 유연성 반대를 문제 삼으며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했다.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해 무마했고, 미국도 의회의 위안부결의안 채택, 한국인 비자 면제로 호응했다. 문재인 정부도 좀 더 긴장감을 느끼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 관계든 공식적으로는 좋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갈등과 배신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금은 꾹 참고 있는 국내의 반미주의자들도 미·북 협상이 시작되면 곧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도 학생운동 시절 ‘양키 고 홈’을 외쳤던 사람들이 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주한미군이 떠난 ‘자주적인’ 한반도를 꿈꿀 것이다. 문 정부는 이들부터 경계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떠난 한반도의 현실은 꿈속에서 그려보는 모습처럼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복잡한 북한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무엇이 국익에 중요한지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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