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넘은 세금 일자리 … ‘눈먼 돈’ 챙길 우려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韓청년 위한 중남미 일자리 논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8일 주요 20개국(G20) 경제장관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왼쪽) 미주개발은행(IDB) 총재와 한국 청년들의 중남미 기업 진출을 지원하는 ‘청년 기술 봉사단’ 실무 협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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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돈 퍼붓기 정책’ 위험수위
中企 취업 허위로 꾸밀 가능성

34세까지 청년? 고무줄 정의
자금 신청자 없자 公기관 닦달
血稅로 기업임금 보전도 논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19일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 일자리 안정자금 등을 통해 국민 혈세를 민간 기업에 마구잡이식으로 퍼주는 정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혈세로 민간기업의 임금을 보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경제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상황에서, 투입되는 재정의 규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대책의 경우, 지난해 청년내일채움공제사업의 예산 집행률이 55%에 불과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배정된 예산도 다 못 쓴 상태에서 올해 예산을 엄청나게 증액해놨는데, 추가경정예산으로 또다시 돈을 퍼부어봐야 다 쓸 수가 없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발표해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청년을 고용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것처럼 꾸며서 정부가 주는 ‘눈먼 돈’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인 정부가 신청자의 자격 조건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을 것이라는 허점을 노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뜻이다.

정부의 졸속 대책으로 이미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새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차라리 ‘코미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보도해명’ 자료를 통해 “기존 (중소기업) 재직자들도 연간 700만 원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재부가 1035만 원 이상(1035만 원+α)의 혜택이 있다고 밝혀온 신규 중소기업 취업자보다 기존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받는 혜택이 적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1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존에 있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 재직자 분들도 꽤 많은 부분은 같은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에서 청년의 개념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통계청 고용동향에 나오는 ‘청년층’은 15∼29세를 가리키지만,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의 청년은 15∼34세를 의미한다. 이처럼 현재 정부의 법령과 조례에 나오는 청년의 정의가 제각각이다. 도저히 제대로 된 정책이 수립·집행될 수 없는 구조다.

올해부터 시행된 일자리 안정자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3조 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쓰겠다고 나섰으나 신청자가 별로 없자 공공기관 직원들을 닦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자는 지난 15일 현재 126만1948명으로 아직 정부가 예상한 인원의 54% 수준에 불과하다. 재정은 재정대로 나빠지고, 정책의 실효성도 거두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도 정권이 바뀌면 위정자들이 국민 세금을 무리하게 쓰는 일이 간혹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도를 넘고 있다”며 “경제정책을 국민 세금 쓰는 것만으로 하려고 하면, 조만간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