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국 車산업, 노조 변해야 미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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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교수 경영학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은 충격적이다.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 수준으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해고 사태의 영향이 반영됐다. 자동차는 조선·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3대 주력 산업이다. 조선업 불황이 3년 넘게 계속되고 자동차 산업 채산성도 계속 악화한다.

외산 자동차 수입의 지속적 증가와는 반대로 한국차 수출은 감소 추세다. 2017년의 자동차 대미 수출 실적은 전년에 비해 6.4%나 줄었다. 자동차 부품은 더욱 부진해 수출 감소 폭이 16.1%나 된다. 막대한 손실로 자금 고갈에 직면한 한국GM은 2대 주주이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한국GM이 철수하면 근로자 대량 해고가 우려되지만, 회수가 불확실한 자금을 무조건 퍼부을 수는 없다.

1997년 외환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기아차와 쌍용차 부실이다. 대우그룹이 국제통화기금(IMF) 주도의 고금리정책에 휘말려 쓰러졌고, 대우차는 산업은행 관리로 넘어갔다가 GM이 인수했다. 삼성차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 보고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넘어갔고, 쌍용차는 몇 차례 돌아서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됐다. 부실의 대명사였던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됐는데, 이는 김대중 정부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하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크게 확장됐고 호남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어섰고, 해외시장에서도 호평받지만, 외국 기업에 넘어간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는 매우 어렵다. 조립공정 중심의 자동차 산업은 노조의 힘이 막강하다. 매년 반복되는 임금협상에서 생산성 증가보다 훨씬 높은 인상률이 타결됨으로써 인건비 부담은 치솟는다. 한국GM의 경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2016년에는 12%로 높아졌는데, 이는 4∼5년 전보다 1.5배 늘어난 것이다.

결손금 중에서 10년 이내에 발생한 이익에서 공제해 법인세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이연법인세 자산으로 계상하는 게 회계 관례다. 그러나 GM 본사는 한국GM의 이연법인세 자산 활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충당금 설정을 통해 미리 정리했다. GM이 한국의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노조 스스로 임금 삭감을 제안해야 할 터인데 더욱 강경하게 대응함으로써 기업 회생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위기 상황에서는 노사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 지난주 한국GM 노조가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건 매우 긍정적이다. GM 본사가 신차 배정을 결단하고 노사 협력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흑자 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

국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정부는 기존 순환출자 정리를 압박한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시발점은 기아차 인수다. 현대차 자금이 기아차에 대거 투입됐고, 기아차가 얻은 이익이 부품 전문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 출자됐으며, 현대모비스의 이익이 현대차로 환류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여야 합의로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고 앞으로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도록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제한된 자금을 출자정리보다는 기술 개발에 투입해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