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추문 유명인사’ 관련시설 잇단 폐쇄…주민에 돌려준다

- 지자체 ‘셀럽 마케팅’ 축소

순천 ‘배병우 창작스튜디오’
지역 예술인 전시 공간으로

이윤택 활동한 ‘밀양연극촌’
공연장 겸 휴식 공간 거듭나

서울, 고은‘만인의 방’ 철거
수원, 문학관 설립 계획 철회

지방자치단체들이 ‘미투(Me Too)’ 운동 확산 이후 폐쇄한 ‘성추문 인사’ 관련 시설들을 대부분 지역 문화예술인과 주민의 이용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셀럽(유명인) 마케팅’의 결과물인 이들 시설이 ‘위민(爲民)’ 시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셈이다. 그러나 주민 친화 시설 전환이 지역 홍보 및 관광 명소 역할을 했던 셀럽 예술촌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남 순천시는 지난 2월 23일 폐관한 순천창작예술촌 내 ‘배병우(사진작가) 창작 스튜디오’(3층 연면적 168㎡)를 오는 4∼6월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순천 거주 작가들을 대상으로 오는 21일까지 사진, 회화, 조각, 미디어 아트, 설치미술 등 모든 장르의 작품을 공모 중이다. 시 관계자는 “오는 7월 이후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시민 의견을 수렴 중이나, 공모를 거쳐 선정한 작가 1명을 입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 폭로로 경찰 수사를 받는 연출가 이윤택 씨의 활동 근거지였던 경남 ‘밀양연극촌’은 공연장과 쉼터가 결합한 시민휴식공간으로 거듭난다. 밀양시는 연극촌 중앙광장에 4억3000만 원을 들여 녹지 공간과 쉼터를 조성, 시민들이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음 달부터 개조와 보수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이 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밀양연극촌과의 위탁협약을 지난달 해지하고 연극촌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연극촌 운영과 매년 개최하는 ‘밀양공연예술축제’의 개최 방식 등은 4월 중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기념공간 ‘만인의 방’(60㎡)을 철거한 후 서울광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서울광장의 과거부터 현대까지 변화상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조형물도 설치, 광장의 역사성을 부각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기 수원시는 팔달구 장안동 일원 시유지(6000㎡)에 고은문학관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뒤 해당 부지에 수원문학관을 건립해 달라는 지역 문인들의 요구를 수용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부산 기장군은 이윤택 씨가 주도한 극단 ‘가마골’이 맡았던 장안읍 기룡리의 어린이 전용극장인 안데르센극장의 위탁운영 계약을 지난달 말 해지한 뒤 정산절차와 시설물 양수절차를 진행 중이다. 수개월 내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기장군은 이 안데르센극장을 다른 주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새로운 위탁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순천=정우천 sunshine@·밀양=박영수·수원=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