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소확행’ 즐기는 대한민국 靑春의 고단한 삶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소공녀’

‘행복’의 기준은 뭘까. 밤잠 설쳐가며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진학한 후 번듯한 직장에 다니다가 결혼하고, 돈을 모아 집을 사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게 일반적인 ‘행복한 삶’이다. 하지만 이런 행복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힘들게 취업해도 돈은 모이지 않고, 열심히 모아봤자 말도 안 되게 치솟는 집값을 따라가기 버겁다. 또 이 모든 조건을 갖춰도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

영화 ‘소공녀’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내세워 갑갑한 현실을 비튼다. 대학을 중퇴한 미소(이솜)의 직업은 가사도우미다. 하루 일당 4만5000원을 받는 그는 겨울에 난방도 안 되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방에서 트렁크를 탁자 삼아 지낸다. 그래도 그는 불행하지 않다.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며 번 돈을 알뜰하게 나눠 담배를 사 피우고, 바에서 위스키 한 잔 마시고,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데이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영화는 미소의 소박한 행복에 제동이 걸리며 시작된다. 주인이 월세를 올리겠다고 통보하자 미소는 집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온다. 웹툰 작가 지망생인 남자친구 한솔(안재홍)도 공장 기숙사에서 지내는 형편이라 미소를 돕지 못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담뱃값까지 2000원 올랐다.

이후 미소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대학 시절 밴드를 함께 했던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여정이 이어진다. 미소는 큰 회사에 다니면서도 더 큰 회사로 옮기기 위해 안간힘 쓰는 친구 문영(강진아)에게 가장 먼저 찾아가 “너희 집에서 며칠 잘 수 있냐”고 물었다가 퇴짜를 맞는다. 예민해서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을 못 잔다는 이유로. 시부모와 함께 사는 현정(김국희)은 미소를 반갑게 맞아주지만 꿈을 버리고 구박당하며 사는 현정의 집에서 하루 만에 나온다. 이혼 위기에 처해 혼자 지내는 후배 대용(이성욱)은 아파트 대출금 갚을 생각에 막막해하고, 장가를 못 가 부모에게 얹혀사는 선배 록이(최덕문)는 “그냥 나하고 결혼해 살자”며 미소를 옭아매려 한다. 마지막으로 부자 남편을 만나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는 정미(김재화) 집에서 며칠 지내지만 “염치없다”는 말에 상처를 받고 나온다.

다양한 처지에 놓인 관객이 모두 “내 이야기 같다”고 공감할 내용을 통해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들여다보면 다 힘들다”고 위로를 건네는 영화는 굳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규정하지 않는다. 이 영화 연출자인 전고운 감독은 “미소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선택하는 용감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