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감에 자유분방한 民畵…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엄재권 회장이 서울 종로구의 ‘엄재권 민화연구소’에서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십장생도’를 배경으로 ‘일월오봉도’에 대한 마무리 채색 작업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오늘 ‘민화인의 날’ 행사 주최한 엄재권 한국민화협회장

“안료로 그린 한국적 채색화
서민의 값싼 그림 오해 불식
고유의 멋 계승·발전시킬 것”

“조선 시대 서민이 그리던 값싼 그림 정도로 낮춰 보는, 민화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민화의 아름다움과 참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엄재권(57) 한국민화협회장은 20일 ‘민화인(民화人)의 날’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3회째를 맞은 민화인의 날은 매년 3월 18일로, 그즈음에 각계 문화예술계 인사 및 국내외의 대표적인 민화작가들이 모여 한국 고유의 멋이 살아 있는 민화 전통의 계승과 발전을 위한 포부를 다지는 행사를 한다. 올해는 18일이 일요일이어서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민화협회 주최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민화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입니다. 문인화, 수묵화는 서양에서 원류인 중국 것만 높게 보는 경우가 많죠. 그런 점에서 보면 민화는 화려한 안료로 그린 채색화로서 그 어떤 그림보다도 분명한 특징과 한국적인 변별력을 지닌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민화 인구는 작가와 전수생을 포함,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970년대 이전만 해도 민화를 전공하거나 배우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2000년 이후 민화 열풍이 불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민화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017 한국민화특별전’이 열렸어요. 관람객들이 모두 현란한 색감에 자유분방하고 해학적인 민화에 감탄사를 연발했어요. 그분들에게 한국의 전통 그림이라고 알려주면 모두 놀라셨죠. 해외에서의 민화 전시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민화작가로서 ‘엄재권 민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엄 회장은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민화를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인 ‘십장생도’는 올해 개정판인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

먹을 주로 사용한 선비들의 문인화와 달리 여러 색상의 물감을 사용해 그린 민화는 궁중 회화에서 출발해 조선 시대 말(18~19세기) 대중적으로 발전했다. 서민들은 부귀와 다산을 기원하고 혼인 등에 필수적으로 민화를 사용했다. 그래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까치, 재앙과 질병을 막아주는 호랑이, 다산을 기원하는 잉어와 연꽃, 부귀의 상징인 모란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민화라는 단어는 일본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1929년 교토(京都) 민예품 전람회에서 ‘민속적 회화’라는 뜻으로 처음 사용하며 정착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장,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 소장, 윤범모 경주민화센터 이사장, 오석환 한국민화뮤지엄 관장, 송규태 대한민국민화전통문화재 등 내빈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진영 한국민화학회장의 ‘시각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의 ‘동양 신화와 우리 문화’ 등 기조 강연과 현악4중주단의 공연 등이 이어지며 성대하게 열렸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